얼마 전 매우 독특한 환아의 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아이가 자폐증이었다며 발달 상태를 평가 받고 싶다고 진료를 의뢰했다. 아이는 네 돌을 약간 넘은 남아였는데 외견상 매우 정상적인 상태였다. 언어도 유창했고, 눈 맞춤과 상호작용도 아주 무난했다. 다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성인들의 규격화된 언어를 사용해 어색한 말투를 보였다. 이는 아스퍼거증후군 아동들에게서 잘 관찰되는 증세다. 발달이 잘 이루어진 아이지만 말투와 행동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보호자인 엄마는 긴 시간 아이의 히스토리를 설명 해 주었는데, 다음 소개하듯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들이었다.
아이가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백일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사였다. 아이가 눈맞춤이 안되고 아이의 집중을 유도할 수 없는 상태라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후 생후 7~8개월이 되며 호명반응과 눈 맞춤이 안 되는 것을 알고는 인근 소아과에서 발달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유명한 자폐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를 의뢰하니 생후 18개월이 지난 다음에 오라고 했다고 한다.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10개월 더 지난 다음에 오라고 하는 의사에게 부모는 분노와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부부는 의료진들에게 기대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결국 스스로 아이를 고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생업을 포기하는 휴업을 하고 전적으로 아이의 치료에 몰두했다고 한다.
부부는 자폐에 좋다고 하는 치료법을 하나씩 섭렵해가기 시작했다. ABA적인 행동치료법을 스스로 시행하고 DIR적인 접근법도 시행했다. 그 외에 효과 있다는 청지각 치료법도 결합하고 대체의학적인 접근도 시행했다. 그리고 24개월경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아이가 정상범위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치료를 지속해 현재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가 좋아져 다시 생업에 복귀한 상태라고 했다.
자력으로 중증 자폐아동을 호전시킨 부부의 열정이 놀랍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자폐증이 완치 가능하다는 확신을 설파하는 그들의 확신이었다. 필자 역시 자폐증이 조기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의료인의 도움 없이 가정내에서 부모의 힘만으로 호전시킨 사례를 보니 더욱 감동스러웠다. 필자를 찾아온 이유는 자폐증을 이해하고 대하는 태도가 자신들과 일치해 신뢰감이 생겼다며 아이를 평가 받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는 따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이미 넘어서 매우 정상적인 상태였다. 부모님이 지금껏 해왔듯 한다면 아이는 아주 정상적이며 유능한 아이가 될 것이라 이야기해주고 상담을 마쳤다.
자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합리적인 방법으로 아주 전력을 기울여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기에 어려울 뿐이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