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국민연금이 빈곤율을 낮추고 소득분배의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득분배 효과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가입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5일 '최근 소득분배 추이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갖는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시장소득에 정부의 재분배수단인 조세·재정지출 효과가 더해진 최종소득 개념) 기준 빈곤율과 지니계수가 줄어드는 등 최근 소득분배는 개선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윤 교수는 분석했다. 윤교수는 "시장소득 기준 빈곤가구지만 가처분소득으로는 빈곤을 벗어나는 가구와 여전히 빈곤에 머무르는 가구의 가장 큰 차이는 공적연금소득 유무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분배를 통해 빈곤을 벗어난 가구 가운데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가구는 74.3%였고, 여전히 빈곤 상태에 있는 가구 중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은 28.1%에 불과했다.
이 같은 빈곤율의 변화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논의 과정의 핵심은 소득대체율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액 대비 연금액을 의미하는데 소득대체율 인상의 필요성이 주요 논의 가운데 하나였다.
윤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소득대체율이 아닌 실질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총표준소득대체율은 5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적연금 평균소득 대체율 41.3%를 넘어선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대체율은 실제 연금수령액을 나타내는 실질대체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14년 12월 기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평균지급액을 합산한 표준수급자(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복수급자)의 총실질대체율은 25.6%다. 2010년 기준 유럽연합(EU) 27개국의 평균 실질대체율은 48%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윤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제 가입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에서의 근로기간이 긴데도 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것은 국민연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으로, 연금 사각지대가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적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해 소득대체율을 높일경우 근로의욕 저화와 연금재정 건전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윤 교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취약층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가입회피자 제재를 강화하는 것, 고령 근로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급 시작연령과 그에 따른 연금액 조정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분배를 통한 빈곤탈출 가구의 소득원천별 기여도. 자료/한국개발연구원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