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최순실씨(60·최서원) 자매의 박근혜 대통령 대리진료 의혹이 보건복지부의 지난 15일 행정조사 결과 발표 이후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 차움의원 의사인 김모씨가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한 정황이 다수 발견된 데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의원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조사가 갖는 한계로 인해 복지부가 구체적인 사실관계까지 밝혀내지는 못 함에 따라, 대리처방 의혹 등은 앞으로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남겨진 쟁점은 최씨가 박 대통령을 대신해 주사제를 처방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복지부는 김씨가 진료기록부상 최씨 자매의 이름으로 박 대통령을 진료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진료 없이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키로 했으나, 대리처방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 한 채 고발 대신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대리처방과 관련해 복지부 조사에서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차움의원에서 환자정보를 인계받아 최씨를 진료한 의사 A씨는 4차례에 걸쳐 최씨의 진료기록부에 ‘VIP’라고 표시했다. ‘VIP’가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의혹에 대해 A씨는 복지부 조사에서 “최씨를 VIP라고 표기했다”고 진술했으나, 표기가 발견된 2014년 6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최씨가 몇 회나 내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최씨가 5회 이상 내원했고 다른 진료기록부에 VIP 표시가 없다면 A씨의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씨가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에게 비타민제를 주사하는 과정에서도 김씨가 임의로 처방을 했는지, 최씨 등 제3자가 대신 진료를 받고 김씨에게 처방을 요구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대리처방 의심 문구가 표기된 날짜에는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기록이 없었는데, 이미 김씨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처방 기록이 사실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씨가 진료기록부에만 비타민제를 처방한 것이라고 작성하고, 실제로는 박 대통령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주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최씨는 2012년 7회, 2013년 14회 같은 약물을 2~3배 과다 처방받았는데, 이 역시 최씨 본인이 사용했는지, 박 대통령이 사용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 박 대통령이 종영된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의원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JTBC에 따르면 전 차움의원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도 가명으로 병원을 이용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순실씨 자매의 차움의원 진료기록에서 진료기록부가 허위로 기재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움의원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