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현재 대부분의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 아니 박근혜씨야 말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한 본질이며 최순실씨는 포문을 여는 게이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난 5일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 발언대에 오른 한 여고생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7분여 동안 원고를 보지 않은 채 시민들에게 의견을 밝혀 감탄을 자아냈다. 최근 이 여고생과 같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교복을 입고 한손에는 촛불을 든 중·고교생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선거연령을 현재의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이용호 의원 등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8월에 선거연령 하향 내용이 담긴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18세 선거연령 인하’ 현판식을 진행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8세가 선거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그 이유가 선거 유불리만 따져서 반대하는 당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이날 현판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선거연령 인하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인하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젊은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전통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어 대체로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학생들이 나중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정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이 지난 1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