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에 이어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27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박근혜(64)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필요성이 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3일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통해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낸지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앞서 검찰은 20일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제1부속비서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검찰은 우선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출연금 총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박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 케이디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납품·광고 발주 등에도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후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하고,
KT(030200)를 상대로 최씨와 차 전 단장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에도 관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날 구속 기소된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강요) 혐의에 대해 검찰은 박 대통령이 공범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대면조사 결과에 따라 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차 전 단장 등은 최씨, 안 전 수석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 계열의 광고대행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업체 C사를 상대로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협박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그해 2월 중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권오준과 포레카 대표 김영수를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이 출연금을 지원한 것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수적이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대기업 중 삼성그룹은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것 외에도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구속)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재열(48)
제일기획(030000)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교육부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 관계자를 수사 중인 검찰은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혜 의혹의 중심이지만,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씨도 필요 시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국가 기밀문서를 전달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도록 방조하는 등 감찰·예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등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의 소환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5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KT 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또 다시 사실상 공동정범으로 적시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