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물류업계 3위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를 공식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택배 물류시장에 뛰어든다. 롯데는 외형성장을 통해 독점적 지위에 있는
CJ대한통운(000120)에 강력한 도전장을 날리면서 중장기적으로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특수목적법인 '이지스1호'와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취득거래가 완료됐다고 지난달30일 공시했다. 이로써 롯데는 이지스1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 가운데 71%를 넘겨 받았다. 롯데 8개 계열사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모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이달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로지스틱스’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사명도 변경할 계획이다. 이로써 업계 3위인 현대택배는 롯데택배로 브랜드명이 바뀌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현대로지스틱스 물류센터에서 택배사 직원들이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1988년 설립돼 택배와 3자물류, 항만운영 등 종합물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택배사업부문은 30% 수준으로 한진과 함께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택배는 당장 CJ대한통운과의 격차가 커 외형 확장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롯데그룹의 물량을 몰아주면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중장기적 측면에서 CJ대한통운에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 41%, 롯데택배 13%,
한진(002320)택배 13%, 우체국택배 8%, 로젠택배 7%, 기타 18%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CJ그룹이 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자사 물류 계열사인 CJ GLS와 합병시켜 ‘CJ대한통운’이라는 거대 종합물류회사가 탄생했다. 몸집을 키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돌파하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당장 CJ대한통운의 아성을 깨기는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롯데 계열사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롯데로 편입된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 계열사 물량이 627억원 가량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약 6.4%에 달한다. 롯데쇼핑, 우리홈쇼핑 등 택배 물량이 많은 계열사에서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롯데닷컴의 물량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내부 거래량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의 자체 물량이 연간 7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3조원 가량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소화하고 있다. 그 결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매출은 2조8917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온라인쇼핑몰과 백화점, 홈쇼핑, 해외직구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갖춘 거대 유통공룡”이라면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통해 배송서비스 강화는 물론 배송물량을 확대하면서 양사의 시너지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CJ대한통운의 지위를 넘보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택배사업의 경우 CJ대한통운은 지난 몇 년간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했다”면서 “이미 독과점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다 보니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때문에 이익 변동폭이나 시장 점유율 등이 단기간에 크게 변화하는 업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사업 영업이익률은 2.6%, CJ대한통운은 3.3% 수준이다. 또 역설적으로 롯데그룹 화물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지만, 경쟁사 화물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