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 정점으로 전자-생명 중간지주체제 구축…삼성, 내년 2월 지배구조 개편

미래전략실, 중간지주 스텝으로 축소…그룹경영은 이사회 중심 개편

입력 : 2016-12-13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이 나왔다.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두고 그 밑에 삼성전자를 제조중간지주,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로 개편하는 방향이다. 시장에서 거론돼 온 유력 가설이지만 내부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이사회가 중심이 되면서 그룹 미래전략실은 해체돼, 중간지주 회사의 스텝조직으로 축소된다. 시행 시점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말로 맞춰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2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재 통합 삼성물산 지주사 체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전자와 생명은 제조와 금융의 중간지주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높지 않고,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 마련의 부담이 커서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은 필연적인 수순으로 점쳐진다.
 
다만,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시장 예상대로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할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13.3% 수준의 자사주(의결권 부활)를 활용해야 하는데, 인적분할 후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할 시 양도차익과세를 적용하거나 아예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경제민주화법이 발의돼 있는 점은 부담이다.
 
동시에 금산분리법에 의해 지주회사 전환 시 그룹내 금융계열사 보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구조 재편이 가능하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증권 자사주를 대량 매입해 지분 30%를 확보, 요건을 채웠다. 15%에 불과한 삼성화재 지분만 늘리면 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야권이 19대 국회에서 삼성 특혜라며 법률안을 폐기했던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빚고 있어 20대 국회서 재발의되더라도 통과는 쉽지 않다. 사업지주와 금융지주 양쪽 체제는 삼성으로선 가장 이상적인 목표지만, 제도 도입이 안 되면 삼성생명과 연결된 출자고리를 끊는 방법도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그룹 경영은 이사회 중심으로 개편된다. 그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은 중간지주사의 스탭 조직으로 격화될 것이란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롤모델은 GE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언급한 것도 일련의 과정에 포함돼 있다. 친정체제 구축에 있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유산인 미전실 청산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내세운 현장 중심의 경영방식과도 맞지가 않다. 
 
삼성은 특검 결과를 지켜본 다음 구체적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합병 등의 의사결정을 위한 우호적인 주주 환경이 절대적인 만큼,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어떻게 잘 매듭짓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청문회 및 특검수사 등으로 삼성의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 등 신상필벌에 따른 인사 칼바람이 예상됐으나 외부 변수가 많아졌다. 게이트 논란에 따른 책임소재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인사도 특검 경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다만,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말 계열사별로 부분적인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시계가 빨라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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