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통신장비 강자 중국 화웨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시스코·에릭손 등 기존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특히 특유의 가격경쟁력은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반면 또 다른 주력인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국내시장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있다.
화웨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선 네트워크 후원사다.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열리는 2018년 2월9일부터 3월 말까지 경기장·선수촌·조직위원회 사무실에 스위치·라우터 등 유선 네트워크와 보안 장비를 공급한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 사물인터넷(IoT)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양사는 NB(협대역) IoT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오픈랩을 LG유플러스 상암 사옥에 공동 운영하며, 중소기업에 NB IoT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칩셋과 모듈 10만개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에도 기지국 장비 공급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 모델들이 화웨이의 NB-IoT 칩셋이 탑재된 센서·스마트 신발·스마트 가스 검침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웨이의 발빠른 행보에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의 우려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저가 전략으로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일각에서 보안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업체들이 주로 맡던 통신장비 분야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벽은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KT와 비와이, LG유플러스와 H폰 등 통신사 전용 중저가 스마트폰을 잇달아 내놨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를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P9까지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P9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00여대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사양임에도 중국 제품의 저가 이미지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국내 소비자들은 프리미엄은 갤럭시나 아이폰 시리즈"며 "중저가 제품에서도 국산을 찾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