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박근혜정부를 상징하는 창조경제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폐기 처분될 처지로 내몰렸다. 출발부터 혼선이 빚어졌다.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 정부가 사업 최전선에 서면서 민간의 역동성과 창의성은 극히 수동적으로 머물렀다.
강제하듯 재벌기업들을 전국에 산재한 창조경제센터마다 전담시키는 방식도 불만을 불러 모았다. 대통령이 찾는 개소식은 대규모 전시행정에 그쳤고, 내실은 뒷전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임 MB정부의 녹색성장을 예로 들며 "대통령이 매달리니 우리로서는(할 수밖에 없다)"며 "오래 가겠느냐"는 회의성 발언을 쏟아냈다. 자연스레 동력은 떨어졌고, 센터에 입주한 벤처와 스타트업의 꿈도 절망으로 변했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속성 여부는 극히 불투명해졌다.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되는 예산은 지자체의 반발로 서울과 전남은 전액 삭감됐으며, 경기와 전북도 절반을 깎았다.
검찰조사에 국정조사에, 특검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벌기업들도 창조경제와의 연관성을 떨쳐내기 위해 고민이다. 싸늘해진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각 센터를 맡았던 재벌 총수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호된 질타를 받아야만 했고, 특검은 한발 더 나아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대가성 여부에 주목, 뇌물죄 입증을 따질 태세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대한 지원을 요청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낙점했던 차은택씨의 경우 창조경제를 업고 각종 이권사업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차씨는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의 지분 강탈 미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차씨는 자신이 세운 회사 모스코스를 통해 전국 18개 창조경제센터의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차씨의 놀이터였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업무를 총괄하는 거대 부처로 출범했지만 창조경제 사업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미래부의 존속 여부도 알 수 없게 됐다. 미래부 내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벤처와 스타트업 등 국가경제의 미래가 짊어지게 됐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