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3대 조건으로 책사와 장수, 병사가 꼽힌다. 선거에서도 실제 전쟁에 필적하는 전략·전술이 동원되고 치열한 싸움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에도 이 말은 그대로 통용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다른 후보들의 경우 3가지 요소 중 한두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반면 문 전 대표는 모든 것을 갖춰놓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중 책사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는 몇몇 전·현직 의원과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보좌진 등이 꼽힌다. 이들은 문 전 대표와 비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수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들어 이들 참모진에 의존하는 빈도수는 줄어들고 문 전 대표 스스로 주도해 각종 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장수 역할을 하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외부영입 인재들은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까지도 수시로 모임을 갖고 있다.
기존에 문 전 대표와 교분을 쌓던 인사들과 함께 당초 다른 계파에 속해있던 인사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임종석 전 의원, 정세균 국회의장과 절친한 사이였던 전병헌 전 의원 등이 그 예다. 전병헌 전 의원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 “문 전 대표를 본격적으로 돕기로 했다. 바른 길에 서있고 가장 준비가 잘된 민주당의 적통”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임 전 의원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내 한식당에서 열린 문 전 대표와 기자단 오찬에 참석해 “정권교체형 통합형 캠프를 꾸릴 것을 주문받았다”며 “친문(문재인) 색깔을 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모두의 바람인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도록 좋은 분들이 함께하도록 할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반대세력들이 소위 ‘친문 패권주의’라는 이름으로 제기하는 측근 위주 그룹정치 의혹을 불식시키고 외연을 넓히는 차원의 노력으로 보인다. 이날 오찬에는 두 사람 외에 김경수·김정우·김태년·박광온 의원 등도 참석했다.
정책 자문을 위한 교수그룹도 포진해 있다. 서강대 조윤제 교수 등이 중심이 돼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전국의 대학교수 1000여명이 참여하는 싱크탱크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일반 시민들의 지지세도 크다. 문 전 대표 공식 팬카페 ‘문팬’ 가입자 수만 1만2000명이 넘으며 각종 정치행사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호응은 다른 대선주자들을 압도한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선정국이 본격화될 경우 각 집단 사이의 주도권 경쟁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18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는 당 중심 오프라인 조직인 ‘민주캠프’와 지지자 중심 모임인 ‘시민캠프’, 전문가 그룹이 모인 ‘미래캠프’ 등으로 별도 운영되며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는 당이 중심이 되어 후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뒷줄 가운데)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자신이 영입했던 인사들과 서울시내 한식당에서 식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오기형 위원장 페이스북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