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건강상의 이유로 병상에 누워있다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당 내 친박(박근혜)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날 서청원 의원이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서는 “예의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친박계 핵심을 겨냥해 ‘악성 종양’으로 비유하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인적청산 문제를 놓고 친박계와의 전면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 의원의 문자에 대해 “저도 그 편지를 봤다. 당 대표에게, 인간 인명진에게 무례한 일”이라며 “서 의원이 나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하면 안된다. 예의를 갖춰야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의원은 전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인 비대위원장의 친박계 자진탈당 요구를 강하게 비판하며 “성직자이기 때문에 (인적청산 안 하겠다는 약속을) 믿었는데 속았다”고 밝혔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어 “친박이라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하다는 것 아니냐. 지금 그런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며 “친구가 어려운 일 당하면 도움을 줘야 되는 것이고, 일본 문화 같으면 할복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사람 아니냐. 염치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나 같으면 국회의원직도 내놓고 농사 짓겠다”며 친박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인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적청산 대상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에 이름을 대지 않은 건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누군지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더라”고 밝혔다. 인 비대위원장의 자진탈당 요구 이후 이정현 전 대표는 탈당을 선언했으며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은 본인 입으로 자진탈당은 불가하다고 언급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특히 이들을 악성종양에 비유하며 “(종양의) 핵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례를 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서신은 그동안의 과정과 경위를 동료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인 비대위원장의 말씀은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친박계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인적청산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성원 대변인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이 이해를 많이 해 주셨고, 오해도 푸는 좋은 분위기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 내부 갈등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슬기롭게 잘 해결해 달라는 중진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이에 인 비대위원장은 당의 문제 원인을 제거하는 데 중진들이 도와달라”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당무 복귀 첫날 오전 일정을 마무리한 후 오후에는 원외 당협위원장과 초선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당내에서는 인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새누리당 인적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도 인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친박계가 코너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명분 싸움에서 패할 경우 길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당직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자기가 모든 걸 안겠다는 자세는 용기 있는 참 정치인의 모습”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이 전 대표의 탈당으로 ‘친박당 색깔’을 벗었다고 할지는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탈당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데 방점이 찍힌다.
새누리당 인명진(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친박계 인사인 정갑윤(오른쪽) 의원과 이인제 전 의원을 면담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