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하도록 2013년 도입한 ‘사전협의체’를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하고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 가운데 ‘사업계획(구역지정)’ 단계와 ‘집행(이주·철거)’ 단계에 대한 세부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해 5일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되다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사전협의체를 운영하지 않는 조합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사전협의체 세부 운영기준을 살펴보면, 우선 협의체 운영시기를 기존의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앞당겼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보상금액이 확정돼 당사자 간 갈등이 폭증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 시점을 앞당겨 인가 전에 충분히 협의한다면 전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주민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협의체 운영 횟수도 당초 5회 이상에서, 이해관계자 공식 설명회를 반드시 열고 이후 3회 이상 하는 것으로 변경해 구역 여건에 따라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구성원 5~15명 가운데 민간 전문가를 새롭게 포함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더했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에 협의 결과를 반영하고, 구청장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 협의결과 반영 여부를 검토하도록 해 협의체 운영 당위성을 높였다.
이번 조치는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노후도나 세대밀도 같은 물리·정량적 평가에서 탈피해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역을 지정한다는 취지다.
시는 이주 단계(관리처분인가~착공 전)에서 인도집행 과정에 생기는 거주자 인권 침해를 차단하고자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해 운영한다.
아울러 기존에 실시하던 이주단계 사업장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으로 강제철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미이주 세대에 이주 및 철거 절차를 안내하고 사전 조정활동을 실시한다.
동절기에 사회적 약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이 현장조사를 실시해 분쟁을 조정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시정조치할 계획이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사전협의체는 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이해당사자가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협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나아가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겨울철을 앞두고 강제철거 된 마포구 염리·공덕 지구 철거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와 재개발조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