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동차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자동차의 등장이 빨라지면서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부터 내비게이션, 콘텐츠 등을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까지 그 수요 범위가 무한정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림제작=뉴스토마토)
10일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1억8300만달러에서 올해 311억3700만달러로 20억달러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18년에는 353억5400만달러, 2019년에는 374억11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융복합을 지향점으로 자동차산업의 일대 변화가 예상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부품의 수요 또한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도 모바일 중심에서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성장 정체에 접어든 PC와 모바일 시장의 대안으로 자동차를 낙점하며 관련 채비를 서두르는 추세다. 업계의 이러한 방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도 잘 드러났다.
글로벌 컴퓨터 반도체 업체인 엔디비아는 인공지능(AI)이 자율주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스마트홈, 스마트카를 아우르는 AI 서비스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드라이브 PX2'를 이목을 집중시켰다. 젠슨 황 엔디비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차용 AI 플랫폼 '드라이브 PX'를 통해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 AI 기반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차를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며 자신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도 CES에서 자율주행차를 위한 개발 플랫폼 '고(Go)'를 공개했다. '고'의 핵심은 자율주행차용 5G(세대) 기술이다. 인텔은 5G 이동통신용 모뎀칩 '골드리지'와 무선주파수칩 '모뉴멘탈 서밋'을 선보이며 5G 기술이 상용화될 2020년 세상을 바꿀 것이라 자신했다. 또 BMW, 모빌아이와 손잡고 연내 40여대의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범 운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해상도 지도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연구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반도체의 대표주자 퀄컴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퀄컴은 올해 CES에서 자동차 부문과 전자 부문을 나눠 두 개의 전시장을 마련하는 등 자동차의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을 사용하는 마세라티,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A6 등을 전시하며 선두주자로서의 기술력도 과시했다. 또 해킹으로부터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보호하는 사이버 시큐리티인 'ARGUS'도 공개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차량용 반도체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아우디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차량용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신설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완성차·전장 업체들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새로운 기회"라며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