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김광연기자]'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가 사용한 새로운 태블릿 PC를 확보했다. 최씨의 독일 법인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 설립 과정과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금을 수수할 때 관련된 다수의 이메일이 담겨 있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삼성그룹의 뇌물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물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0일 브리핑에서 "지난 5일 최씨 조카 장시호씨 변호인으로부터 태블릿을 임의 제출받았다. 저희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장씨가 변호인과 상의해 자발적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진술했는데 태블릿 사용 이메일 계정 정보 및 연락처 등록 정보를 고려할 때 최씨 소유라고 확인했다. JTBC에서 입수한 기존 태블릿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특히 "태블릿 분석 결과 최씨의 코레스포츠 설립 과정과 삼성으로부터 지원금 수수와 관련된 다수의 이메일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독일에 코레스포츠를 설립한 최씨는 삼성 측과 220억원대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35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태블릿PC에는 2015년 11월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 중간 수정본 등도 들어있다.
이번에 특검팀이 입수한 태블릿은 기존 태블릿과 달리 증거 능력과 관련해 논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보는 "저희가 입수한 태블릿PC는 절차는 물론 증거 능력에서도 문제가 없다. 저장된 파일 내용도 기존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순실의 제2의 태블릿PC’가 특검 손에 들어가면서 삼성에 대한 수사가 더욱 속도를 더 할 정망이다. 특검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자금 지원부터 최씨 모녀에 대한 회사운영 자금 등 지원, 장시호씨가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특혜 지원한 경위 등 삼성과 최씨 모녀 또는 삼성과 박 대통령간의 여러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지지를 얻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데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교감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재단출연 지원은 박 대통령의 체육계 육성정책에 따른 것이고, 최씨 모녀에 대한 자금 지원도 대가성이 없다구고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이날 오전 5시쯤 조사를 마치고 돌려보냈으나 조만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은 그 즉시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하인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이 거액의 자금을 최씨 모녀 등에게 지원하는 상황을 이 부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는 근거에서다. 특검은 현재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것 외에도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최씨 모녀가 직접 연루된 여러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메르스사태 당시 감염 확대의 책임이 있는 삼성병원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서도 정부차원의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이날 “삼성과 관련해 삼성병원이 불법적으로 특혜를 받인 것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대기업 중 최소한 삼성과 관련해서는 제3자뇌물수수가 아닌 뇌물죄를 직접 적용하는 법리를 검토 중이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인 경우 또는 뇌물을 받은 사람과 공무원이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용복(왼쪽부터), 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양재식 특검보가 10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김광연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