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새해 들어 하락세가 잠시 주춤해졌던 서울 아파트값이 불과 일주일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역시 강남권 중심 재건축 약세가 가격 하락세를 주도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고, 거래와 호가가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은 적어도 설 연휴 전까지는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소폭 하락하며 10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불안한 시장 흐름에 가뜩이나 줄어든 수요자들이 설 연휴 이후까지 관망세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일부 매물들이 호가를 낮춘 데다 압구정 일대 대형 매물 중심으로 수요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세는 역시 재건축 단지들이 주도했다. 작년 한해 동안 서울 주택시장을 이끌다시피 했던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는 11월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급속도로 냉각됐다.
11.3대책 직후 개포동 주공1단지와 개포주공4단지 등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영향으로 당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34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여기에 쏟아지는 새해 부정적 주택 시장 전망과 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시장 위축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비록 최근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 거래량과 호가가 다시 오르며 반등 기대를 키우도 했지만 일시적인 흐름일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최근 조정을 이어가던 잠실주공 5단지 일부 매물이 소폭 오른가격으로 거래되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있다.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최근 개포주공 1단지와 잠실주공 5단지 등 일부 지역에선 1000만~5000만원 가량 오른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주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전반적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 잠실구 송파동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들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관망세로 일관했던 수요자들이 연초 서울 아파트값 보합세 전환 이후 재건축 역시 충분한 조정이 끝났다고 판단한 수요들이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연말 뚝 끊겼던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실제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고개를 드는 시세와 거래량이 반가운 시장이지만 아직 전체적 상승 전환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공공택지부족에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택시장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크기는 하지만 작년과 같은 단기적 반등을 기대한 투자는 금물이다.
특히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얼어붙은 시장에 연초부터 잔금대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 디딤돌대출 DTI기준 축소,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 도입 등 각종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을 비롯한 수요 유입 제한 요소가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조정장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남구 대치동 R공인중개사 대표는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인만큼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단지별 움직임이 다른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전체적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지역이 반등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 흐름이 지속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8일 반포주공 1단지를 비롯해 신반포 3차, 경남아파트, 잠실주공 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정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다. 회의 결과에 따라 각 단지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따른 타격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회의 결과가 향후 강남 재건축 시장 거래 흐름의 1차적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