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팩스가 전통적인 업무 수단이었던 1990년대 후반, 국내 최초로 기업용 웹메일 솔루션을 개발해 기업환경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기업이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해당 솔루션으로 국내시장 80%를 장악했다. 소프트웨어 강소기업을 표방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개발 전문업체 크리니티(구 쓰리알소프트)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크리니티 본사에서 만난 유병선
(사진) 대표는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인 1998년에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이메일의 영향력을 일찌감치 전망하고 겨냥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창업 4년차인 2001년에는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기술개척자(Technology Pioneers) 100인에 국내 벤처기업가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기술개척자 부문은 2001년 신설된 분야로, 한국인이 포함된 것은 유 대표가 처음이었다. 당시 쓰리알소프트의 메일 솔루션이 국내 관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전세계 24개국 1000여곳에서 1300만명이 사용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점을 인정 받았다.
유 대표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여느 전문가들처럼 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때문에 이력도 화려하다. 공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서는 이과가 아닌 문과계열의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또 다시 전공과 다른 길을 택했다. 금성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했고, 이후 가산전자에 입사해 상품기획, 경영기획을 맡았다. 문과와 이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력은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밑거름이 됐다. 커뮤니케이션 도구 개발작업도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메일 전문업체로 시작된 크리니티도 변화된 흐름을 타고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개발하는 업체로 변모했다. 최근 크리니티는 지난 5년간 개발한 새로운 소통 솔루션 '큐브'를 론칭했다. 큐브는 기업 내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팀 공유 클라우드 서비스다. 유 대표는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생명인 이메일은 아직도 매우 효과적인 소통도구"라면서도 "팀 공유, 주제별 내용 축적, 키워드 검색에 한계가 있어 직원이 퇴사하거나 휴가를 가면 연속성이 결여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큐브의 개발 배경이다. 그는 이메일,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 다양한 소통도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하나로 통합했다. 이로써 공유 솔루션인 큐브가 탄생했다.
큐브는 고객별, 상품별, 이슈별 주제태그를 설정해서 공유의 목적을 설정하고, 나만 보기, 팀 공유, 전사 공유 등 공유 범위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업무지시와 보고서 작성, 잦은 회의와 야근 등으로 업무 흐름이 끊기는 기업 내 환경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 대표는 "기업 내에서 보고와 회의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큐브가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크리니티는 올 11월 창립 19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회사 내 행복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게 유 대표의 각오다. 그는 "이제는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면서 "사람을 모으고 같이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을 키우는 회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회사'가 유 대표가 꿈꾸는 미래의 크리니티다. 지금까지 기업 내 업무환경을 변화시켜 왔다면, 이제는 개선된 기업문화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 그다.
유병선 크리니티 대표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크리니티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