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이 ‘특검 수사’라는 최대 복병을 만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25일 차기 회장 단독 후보인 권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회는 권 회장의 자격 심사를 해온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가 그의 연임에 찬성하면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한다.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가 포스코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전·현직 임원의 소환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의 초점은 권 회장이 2014년 초 포스코 회장에 내정될 당시 청와대가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통해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25일 차기 회장 단독 후보인 권오준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사진/뉴시스
앞서 권 회장은 차은택씨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와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권 회장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검찰도 특별한 혐의를 잡아내지 못했다.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회장직을 한 차례 연임해왔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회장의 재임 기간 중 실적 회복 등을 고려해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생긴 이상 후보추천위가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결과는 최종 결정이 나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추천위가 연임 불가 결정을 내리면 이사회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승계 카운슬’을 구성해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후보추천위가 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하면 권 회장은 이사회 승인과 3월 정기주총을 거쳐 3년 임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은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검의 수사 상황에 따라 다시 외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정치권력으로 부터의 독립도 풀어야할 숙제다.
한편 역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실패한 사례는 한차례 있고, 연임해 임기를 다 채운 적은 없다.
1992년 창업 주역인 박태준 회장이 집권여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2대 황경로, 3대 정명식, 4대 김만제,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회장까지 모두 권력의 입김으로 임명된 뒤 새 정권에 의해 임기 도중 하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전임회장인 7대 정준양 회장도 2008년 선임 때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2014년 초 박근혜 정부에 의해 물러났다. 후임인 권 회장 선임에도 2014년 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씨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역대 정권은 주인 없는 포스코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삼아 회장 인사에 개입한 뒤 각종 이권을 챙기는 창구로 여겨왔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기자 f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