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450억원대 증여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이 전 회장이 강남세무서 등 15곳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려면 주식의 실제소유자와 기존의 명의수탁자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존재해야 하고 이는 과세관청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며 “원고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또 “주식을 명의신탁한 자가 사망해 상속이 이루어진 상속인이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채로 명의신탁 주식에 의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대해 명의수탁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게 새로 증여세를 부과할 근거가 될 수는 없고, 상속인과 명의수탁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도 추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 역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주식 명의신탁자인 선대 회장이 사망한 뒤 상속인인 원고가 명의개서해태 증여 의제 규정과 구 상속증여세법 부칙 9조에 따른 명의개서기간 내에 주식에 관한 명의개서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 역시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부친인 태광그룹 창업주 이임용 회장은 1975년부터 태광산업 주식 13만3000주를 명의신탁해 관리했다. 이 전 회장은 부친 사망 후 차명주식을 상속했지만 자신 앞으로 명의개서하지 않고 차명으로 관리했다. 이에 강남세무서 등 15개 세무서는 이 회장이 명의신탁자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 458억4600여만원을 부과했고, 이 전 회장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선대회장이 명의신탁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선대회장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이뤄진 명의신탁을 대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이 기존에 명의신탁된 주식을 상속으로 취득했음에도 명의개서를 하지 않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 전 회장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새로운 명의신탁을 대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판시, 이 전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선대회장 주식이 상속된 1996년에는 실제 주식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공동 상속이기 때문에 실소유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에 대해 주주명의개서의 노력을 게을리 한 책임을 명의수탁자에게 물을 수 없고, 이를 달리 해석해 상속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남세무서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조형물 '법과 정의의 상.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