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인사 마무리…삼성·롯데·CJ 여전히 ‘시계제로’

"모든 일정은 특검 이후로"…관건은 이재용 영장 재청구

입력 : 2017-02-06 오후 5:44:09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현대차가 뒤늦게 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삼성, 롯데, CJ는 여전히 시계제로다. 상수는 특검이다. 새해 첫 달도 특검 준비에 소진했다. 특검의 날이 바짝 선 만큼 아직은 움직일 여력도, 공간도 없다는 게 해당 그룹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현대차그룹은 6일 특검 수사 영향으로 늦춰졌던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1명, 부사장 11명 등 총 348명의 승진 인사를 매듭짓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환율불안 등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인사 적체를 해소해 뒤늦게나마 경영부담을 줄였다는 자평이다.
 
반면 모든 일정이 특검 이후로 맞춰진 삼성은 경영차질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들의 부장 이하 승진 인사는 매년 3월1일 실시하던 일정대로 올해도 진행된다. 하지만 보직 이동은 없다.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이 미뤄지면서 그와 맞물린 인사이동이 배제된다. 마찬가지로 투자 및 채용 계획도 불확실하다. 삼성은 대신,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의 전경련 탈퇴와 함께 미래전략실 해체 등 대국민약속은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조차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라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특검은 이달 28일로 활동 기한이 종료된다. 대통령 재가시 수사기간을 30일 추가 연장할 수 있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황교안 권한대행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황 대행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조차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연장 기한을 기존 30일에서 50일까지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는 최장 4월19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삼성을 비롯해 특검 때문에 경영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그룹들로서는 최대 복병이다.
 
롯데는 일단 이달 안에는 인사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달 안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 등 불확실성으로 인사가 지연됐지만 경영부담이 가중되면서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는 지난달 19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으며,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사업이 차질을 겪는 등 경영 현안이 누적됐다. 롯데는 이미 내부적으로 큰 폭의 세대교체와 조직개편 방향을 정해놓고 발표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 역시 이달 내 인사를 고려하고 있다. 임원인사-조직개편-실무진 인사로 진행되는 순서상 물리적으로 이달 안에는 인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CJ 고위 관계자는 “하더라도 이달 후반부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사 지연은 특검 등 대외적 환경"때문이라며 "변수가 해소되면 우리 일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룹(지주사)의 역할을 확대해온 만큼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일정 부분 이상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이번주 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청와대와 협의 중이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칼날을 삼성 등 재계로 향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있다.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특검은 조만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수사 재개 상황에 따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어 해당 그룹들은 계속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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