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안희정 충남지사 쪽은 최근의 돌풍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애초 짜놓았던 전략대로 2월 두자릿수 지지율을 만들어냈고, 이 추세라면 문재인 대세론을 넘어서는 대역전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안희정캠프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권오중 전략기획팀장
(사진)은 "문재인 대세론은 촛불민심이 정권교체의 위기가 왔을 때 만들어준 것"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의 중도포기로 꼭 문재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순간, 안희정이라는 새 상품을 바라보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선은 야권내 경쟁인데, 민심과 당심이 분리된다고 보지않는다"며 "안희정의 국가운영 철학과 담론을 본격적으로 알리면 대역전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권 팀장은 "대연정은 대선전략이 아니라 안 지사의 평소 소신이자 철학"이라면서 "87년 체제가 몰락하고 거대 양당체제가 다당체제로 바뀌면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협치와 분권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왜 안희정이어야 하나?
▲일단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은 20대때 정치에 투신해 민주주의 요체인 정당 정치를 경험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경험이 있다. 여기에 보수적인 충남에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해 7년 이상 안정적으로 경험한 능력이 있다. 나라를 이끌수 있는 안정적인 역량을 가지고 왔다고 본다. 다른 주자들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경력과 능력이 뒤지지 않고, 철학과 소신이 정립된 정치인이다.
-참여정부 비서실 출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수석을 지냈는데, 안희정 지사 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뭔가?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만 운영하거나 당 생활을 조금 해 본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로 매일매일 결단과 결행을 통해 국민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런 자리는 충분한 단련과 경험이 안된 사람이 쉽게 하기 어렵다. 다른 주자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그래도 좀 더 발달하고 체화된 것 아닌가. 30년 중앙정치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시련, 성과, 진퇴 등을 겪었다. 이런 부분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 다른 분들은 그에 비해 약간 경험이 부족할 것 같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원인은?
▲일단 두 가지다. 안희정이라는 상품은 있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상품성은 충분하지만 인지도가 없어 지지율이 낮았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조기대선 국면에서 가면서 후보 개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 같다. 최근 안 지사가 다양한 방송에 나가 20·30대에는 젊은 감각을 선보이고, 40·50대에는 진중한 자기 철학을 선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안희정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효과다. 우선 반 전 총장이 중도 포기하면서 충청도의 선택이 안 지사에 쏠리게 됐다. 그 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권교체의 위험이 사라진 것도 있다. 국민여론은 ‘정권교체’인데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혹시 교체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 그 반대급부로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중도 포기하면서 국민들이 보기에 꼭 문재인이 아니어도 정권교체가 되겠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안희정이라는 상품을 국민들이 보게 되고 보면 볼수록 충분히 준비됐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 아니겠나.
-최근 대연정론이 화제다. 전략적으로 던진 것인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 애초부터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연정론은 선거전략이 아니라 후보의 평소 철학이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출마 전부터 똑같은 말을 해왔다. 공약에 분권 가치를 확실히 세우겠다고 했다.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국회와의 분권,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중 국회와의 분권에서, 당장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현행 헌법이 이야기는 하는 것부터 잘 하자. 총리 지명 권한을 국회에게 주고, 내치와 관련된 인사권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1987년 체제가 몰락하고 거대 양당체제가 다당제로 바뀌면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여소야대를 피하지 못한다. 그럼 국가 운영을 위해 당연히 연정을 통해 협치를 하고 분권해야 한다. 대신 그 주체는 집권당에 있지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니다. 당이 주도해 요구하면 내치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중도냐 보수냐, 선거전략이냐, 그런 것과는 관계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연정론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과 안 지사는 신념과 당위에서, 정치의 근본은 타협과 협력이고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다만 노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우리는 대선공약으로 걸고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지만,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인 상황에서 당시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시도했다는 차이가 있다.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달을 보라고 하는데 손가락을 보는 격이다. 새누리당과 연정할 것이냐고 묻지 말고, 진짜 연정할 것이냐를 물어야 한다. 전제가 다르다. 안 지사는 소속 당이 의회 다수 연합을 만들어 합당한 권한을 요구하면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철학의 문제다. 그때까지 새누리당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꼭 새누리당과 연합할 것인지 문제 삼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안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과 꼭 손잡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실 그게 가능하겠나. 또 국민들이 용납하겠나. 새누리당 세력을 용납하지 않으니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 아닌가. 다당제 상황에서 어디와 손잡을지는 당이 나중에 판단하면 된다. 독일의 경우 연정이 활발하다. 한때 기민당 아데나워 수상이 단독집권이 가능할 수준으로 승리했지만 반대파와 굳이 연정을 했다. 소수 반대파와 손을 잡는 것이 전체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아직도 진영을 갈라 치고 종북좌빨이니 보수꼴통이니 하고 치고받는다. 그것을 뛰어넘는 정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세론이 강력한데 뛰어넘을 방안은 있나.
▲문재인 대세론은 정권교체의 위기요소, 위험요소가 있었을 때 생긴 것이다. 작년 12월 달에는 오히려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고 가지 않았나. 반 전 총장의 중도포기와 보수의 분열 등으로 정권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약해졌다. 이제 대선은 야권 내 경쟁이 중요하다. 민주당 내 예선이 본선으로 국민들도 그 부분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민심과 당심이 분리된다고 보지 않는다. 안희정의 국가운영 철학과 담론을 알리고 국민들이 이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데 가능할까? 조기대선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지난달 3%수준이었지만 이제 15% 수준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다. 본격 경선이 시작하면 대역전도 가능하다.
-오는 12일 광주 토론회가 중요할 것 같다.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표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안 오고 김부겸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기초의원협회가 안한다고 해서 광역의원협회에서 할까말까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내일까지 상황을 봐야한다. 지금 문 전 대표가 정식 후보에 등록을 안하고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은 상대적인데 자기 정견만 말하는 것이 검증인가. 안 지사는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5시간에 걸쳐 즉문즉답 대국민검증을 했다. 대통령의 중요한 능력중 하나가 공약을 대본없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경선 전에 후보들을 충분히 검증할 대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국민검증이 제대로 안돼 이런 말도 안 되는 정권이 온 것 아닌가. 문 전 대표는 언론 토론회도 안 나오는데, 대세 후보가 안나오면 어떻게 토론을 하나. 이건 당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문 전 대표가 먼저 나서 토론을 조직하고 후발주자들과 함께 비교와 검증을 해 역동적인 경선이 되야 한다.
-캠프에서 보는 안희정 지사의 약점은?
▲약점은 강점의 반대말이다. 사람이 굉장히 진중하고 진지하다. 사물의 근본을 보려고 하는 슬로우 스타터다. 시간이 한정된 대담에서 자기의 철학적 내공이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기가 어렵다. 짧은 대선 기간에 스퍼트가 어려운 점이 아쉽다. 인간적인 면을 보면 온순한 사람이다. 어느 누구도 인간적 관계로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없다. 정쟁으로 비춰질 맹목적 싸움을 할 사람이 아니고 거기에 관심도 없다. 충청도가 보수적이면서도 명분과 대의, 의리와 신의를 중시한다. 안 지사도 그렇다. 충남지사로서 도정 지지율을 70% 이상 7년간 받아온 원동력이다.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역 어른신들을 대상으로, 또 여소야대 지형에서 정치를 하다 보니 타협과 타결을 많이 했다. 그래서 카리스마보다 원숙하고 원만한 점이 커졌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