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금융지주가 부동의 1위 신한금융지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신한지주가 리딩뱅크 수성이 유력하지만 나란히 2조원 클럽에 입성한 두 회사의 순익 격차는 3000억원 가량으로 좁혀졌다. 주가는 이미 KB가 신한을 추월했다. 오는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운 가운데 올해 연임을 노리는 윤종규 KB 회장은 더욱 치열한 추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내정자.
신한지주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순이익 2조7748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한지주는 순이익 기준 9년 연속 금융권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실적을 발표하는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2조3000억원 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가 순익 2조원을 넘긴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의 순이익이 대폭 증가하면서 신한과의 차이도 줄였다. 양사의 격차는 2013~2015년 3년 연속 70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KB의 순익 개선 비결은 굵직한 M&A를 연달아 성공시킨 것이다. 지난해 4분기 현대증권의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과정에서 8000억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을 얻었는데, 이는 같은 해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발생한 8600억원대의 일회성 명퇴 비용을 만회할 수 있는 규모다.
주가는 이미 이런 분위기를 앞서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신한 주가(4만6050원)는 KB(4만7250원)에 역전을 당한 상태다. 신한의 주가는 지난달 말 KB에 역전 당한 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KB금융의 추격은 올해 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통합 KB증권이 출범한 후 1분기부터 순이익이 KB금융에 반영돼 순익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특히 KB손해보험의 100% 자회사 편입은 올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변수이다.
KB손보는 은행을 제외하고 계열사 중 순익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KB증권의 곱절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더욱 공격적인 실적 개선 행보를 보일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증권가 실적 전망치는 현대증권에 대한 염가매수차익 등의 추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확한 결산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M&A 효과로 인해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새 경영진의 경쟁력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를 앞두고 작년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영 관리를 해온 신한은 새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올해부터 신사업 발굴 등 수익원 찾기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새 신한지주 회장에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조 회장과 위 사장은 각각 은행과 카드업계에서 1위를 유지하는 실력을 갖췄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도 이들을 가르켜 "신한 최강의 팀"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세대 교체로 한층 젊어진 신한 경영진은 조직 효율화를 통한 영업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한은 은행-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꾸려놓은 상태"라며 "국내로는 내실다지기를 밖으로는 아시아 동남아 벨트를 구축하는 글로벌 진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