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임대업자 등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갚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임대업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각종 대출 규제에서 제외됐었지만 이번에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 잇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낮을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부동산 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도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이 같은 내용의 '자영업자 대출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부동산임대업자로 등록된 경우 대출 시 매년 최소 대출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갚아야 한다. 또 대출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은행의 심사가 강화돼 대출액도 줄어들게 된다. 공실률이 높은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지역의 경우에는 대출 심사가 더 깐깐해진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등에 적용된 여신심사가이드라인과 달리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은 별다른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았다.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개인대출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계부채는 감소하는 반면 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규모 464조5000억원 중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39%로 가장 크다.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증가폭이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달보다 8000억원 가까이 늘면서 1월에만 1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동안 은행 예금금리가 1%대에 머무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부동산·임대업 취업자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부동산·임대업 취업자는 57만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5년 4만4000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과 더불어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또 연 수익률이 5% 미만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4%에 달하는 대출금리로 인해 임대를 해도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 오피스텔의 연 평균 수익률이 5~6%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월세를 모두 쏟아 부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투자용으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 최근 수도권 지역 공급물량 증가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6만5997실이 분양됐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선주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저금리가 오피스텔 시장을 지탱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예비 투자자들은 낮아진 임대수익률에 적응하며 대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반기부터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부동산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원동에 짓고 있는 오피스텔 신축 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