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vs 실리…롯데, 사드부지 '딜레마'

안보이슈 급부상에 기류 변화…롯데 "이달 중 이사회서 결론"

입력 : 2017-02-16 오후 5:08:1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롯데그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 문제를 두고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소식 등으로 안보 이슈가 급부상하며 부지 제공의 명분을 얻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전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동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성주골프장의 사드 부지 제공 최종 계약을 두고 이달 중 2차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 3일에도 성주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상사 주관으로 이사회를 열었지만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 공식 논의를 거쳤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협상은 마무리단계다. 이미 국방부와 지난해 11월 사드 부지 제공 문제를 합의했고 절차도 거의 완료한 상태다. 다만 계약서 서명을 남겨놓고 최종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성주골프장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경우 '배임' 문제가 닥칠 수도 있고 여러가지 고려할 사안이 많아 최대한 효율적인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고 있다"며 지연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 되는 것이 결국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이미 롯데에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현지 모든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최근 3조원이 투입된 '롯데월드 선양' 공사에도 제동을 건 것도 단적인 예다.
 
롯데 입장에선 국가안보 사업이라는 명목상 협조를 하는 방향으로 추진했지만 중국의 보복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1993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는 중국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6조원을 돌파한 롯데면세점 매출의 80% 가까이를 중국인들이 올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보복은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드 배치 반대 진영의 비판 여론도 부담거리다. 지금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사드 논란의 이해당사자인 성주 주민을 비롯해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드 부지 제공과 면세점 특혜 의혹을 주장하며 매일같이 롯데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북풍'으로 간주되는 최근의 달라진 남북 정세가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사드부지 제공 명분에 힘을 실어줄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은 지난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한 데 이어 14일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졌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최근 안보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는 배경이 됐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들도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을 앞둔 롯데 역시 달라진 국면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롯데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롯데 관계자는 "처음부터 국가 사업을 기업이 좌우할 순 없는 입장이었고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인만큼 우리도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며 "타당성에는 이미 동의한만큼 다음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국방부-롯데 사드부지 교환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배치 중단' 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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