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경찰의 집회 참석인원 신뢰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경찰이 집회인원 추산근거에 대한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7일 광화문광장 11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2만4000명(퇴진운동 추산 60만명), 태극기집회 참가자 수 3만7300명(탄기국 100만명)으로 발표했다.
경찰이 촛불집회보다 맞불집회 규모를 더 크게 파악한 건 이날이 처음으로, 이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경찰은 이후 집회부터 추산한 참가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센터는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인원 집계 및 방법 등이 포함된 문서 ▲1월7일 보수단체집회와 촛불집회 참가 인원 집계 근거가 포함된 문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해 지난 16일 답변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답변을 통해 집회인원 집계 기준의 경우 당초 알려진대로 “단위면적당 인원수에 총 면적을 곱하는 ‘페르미 추정법’에 의해 일시점 최대 인원을 추산한다”고 답했다.
특히, 집회인원 집계 방법 등이 포함된 문서와 1월7일 각 집회 참가 인원 집계 근거가 포함된 문서에 대해서는 모두 “보관하고 있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페르미 추정법’에 의해 일시점, 단위면적당 인원수에 총 면적을 곱하는 방식으로 집계했다면 지난달 7일 집회의 경우도 페르미 추정법에 따라 계산한 산출 근거 문서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7일 집회 참가인원 집계 근거가 포함된 문서는 ‘보관하고 있지 않음’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센터 관계자는 “경찰 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은 문서 즉 기록으로 일하는 조직”이라며 “경찰의 답변은 아무런 근거 없이 집회 참가인원을 발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기는커녕 앞으로는 집회인원을 집계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입장은 집회의 의미를 왜곡하고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묵살해버리는 태도”라며 “정권의 입맛대로 집회인원을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에 참가하는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집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공론의 장인 만큼 집회참가 인원은 그 집회의 영향력으로 직결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광화문 인파를 90만명이라고 발표한 것과 판이하게 퇴진운동 측 추산으로 100만명을 훨씬 넘긴 촛불집회에는 매번 4분의 1 이상의 차이를 보이면서 경찰 집계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서울시와 민간업체 등은 빅데이터, 지하철 승하차 인원, 대중교통 승객분담률, 와이파이 접속빈도 등을 조사해 경찰 집계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정보공개한 답변. 집회인원 추산근거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사진/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