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전세 세입자가 전세금보장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 반환 우려가 컸던 세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대출금이 집값의 60%를 넘을 경우 보험가입이 불가능하고, 여전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보험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전세 세입자가 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에 가입할 때 집주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동의가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보증이 판매하는 전세금보장보험의 경우 전세보증금 규모에 제한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집주인의 개인정보 활용 사전 동의가 필요해 가입률이 저조했다. 전체 전세 세입자 중 전세금보증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5%도 안 된다.
서울보증이 14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입자가 전세금보장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 49.5%는 '임대인 동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6일부터 전세금보장보험의 보험료도 기존에 비해 약 20% 인하된다. 아파트는 기존 0.1920%에서 0.1536%로, 기타 주택은 0.2180%에서 0.1744%로 보험요율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보증금 3억원, 계약기간 2년인 아파트의 경우 보험료가 115만2000원에서 92만1600원으로 23만원 인하된다.
아울러 전세금보장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등 가맹대리점을 현재 35개에서 전국 약 350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서울 강북 3곳, 강남 1곳, 강서 10곳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로 전세 보증금 반환을 걱정했던 세입자들은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높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세금보증보험은 집주인의 대출이 집값의 60%를 넘지 않을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집일수록 전세금 반환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또 보험요율이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입자들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점도 가입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를 한 번 옮길 때 드는 공인중개업소 비용과 이사비용에 더해 전세금보험료까지 더해질 경우 한 번에 400만~500만원의 목돈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판매하는 부분 보증 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부분 보증 상품은 보증금의 일부에 대해서만 보험을 가입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모 등에 맞춰 보험 상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금보증보험은 세입자들을 위한 기초안전장치"라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보험료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정부가 일정 범위를 보전하는 식으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보장보험에 대한 가입 문턱이 낮아졌지만 집값의 60% 이상 대출 주택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등 여전히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에 전세 매물을 알리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