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 회의문화 '낙제점'

비효율·불통·무성과…주재자는 '답정너', 참여자는 '침묵왕'

입력 : 2017-02-26 오후 5:39:5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내 기업들의 회의문화가 효율성·소통·성과 부문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비효율·불통·무성과'로 요약되는 기업 회의문화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상장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 해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국내기업 회의문화에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낙제점이었다. 부문별로는 '효율성' 38점, '소통' 44점, '성과' 51점으로 모두 낮았다. 
 
'회의'하면 떠오르는 단어도 부정어 투성이었다. '자유로움', '창의적'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는 9.9%에 그친 반면, '상명하달', '강압적', '불필요함', '결론없음' 등 부정어는 91.1%나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창의와 혁신의 시대임에도 산업화 시대 유효했던 일방적 지시와 이해점검식 회의가 많다"며 "전근대적 회의방식이 기업의 혁신과 효율을 떨어뜨려 경쟁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3.7회, 매번 평균 51분씩 회의하는 가운데, 절반 수준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로 조사됐다. 회의 중 약 31%인 15.8분은 잡담과 스마트폰 보기, 멍 때리기 등으로 허비해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낮았다.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 업무점검 및 정보공유 목적'(32.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일방적 지시 위주'(29.3%), '목적이 불분명'(24.7%), '시간 낭비'(13.1%) 등이 뒤를 이었다. 쓸데없이 많은 인원을 모으고 보자는 '다다익선 문화'도 문제로 드러났다. 회의 1회 평균 참석자는 8.9명으로, 불필요한 참석자가 2.8명에 달했다.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회의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직장인들은 '상사가 발언을 독점하느냐'는 질문에 61.6%가,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지느냐'는 질문에 75.6%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상사 발언 중심의 '답.정.너' 회의가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명인간 직원'도 불통의 원인이었다. 회의 참석유형을 묻는 질문에 가급적 침묵한다는 '투명인간형'(39.0%)이 가장 많았고 상사 의견에 가급적 동조한다는 '해바라기형'(17.1%), 고민 없이 타인 의견에 묻어가는 '무임승차형'(12.8%) 등이 뒤를 이었다.
 
성과 없이 끝나는 회의도 문제였다.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가 55.2%로 절반을 넘었고, '결론이 나도 최적의 결론이 아닌 경우'가 42.1%에 달했다. 최적 결론이 아닌 이유로는 '회의 주재자 위주로 결론이 나서'(29.9%), '부서간 떠넘기기'(28.7%), '어차피 바뀔 테니 대충대충 결정'(21.9%)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성과 없는 회의에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등이 작용하고 있다"며 "권한 위임이 부족하다 보니 '어차피 위에서 결정할 텐데'라는 무력감이 만연하고, 실행 프로세스와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 보니 회의 그 자체만을 성과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상사의 귄위적 리더십, 직원의 수동적 팔로워십, 토론에 익숙치 않은 사회문화' 등의 4대 근본원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부정적 회의문화 때문에 회의가 가진 긍정적 기능, 즉 조직원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한 곳에 모으고 혁신을 도출하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회의문화를 만드는데 기업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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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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