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세운상가에선 미사일이나 잠수함,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다.
서울시는 청년 스타트업이 세운상가에 입주해 장인들의 기술과 결합해, 실험·개발부터 제품 제작에 상품화까지 가능한 4차산업혁명 플랫폼으로 세운상가를 탈바꿈한다고 2일 발표했다.
세운상가는 1968년 지어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한때 국내 전자 메카로 불렸지만, 현재 시설 노후화 등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시는 지지부진하던 기존 개발방식 대신 세운상가의 기술과 장인을 살리고 보행공간, 문화시설, 주변 인프라 정비 등으로 산업·주거·문화가 복합된 ‘메이커 시티(Maker City)’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8월까지 3단계에 거쳐 4차산업혁명 플랫폼의 거점공간들이 연이어 문 연다.
우선 청년 스타트업과 창작개발자(메이커)의 창업 기반과 성장을 위해 서울시립대 시티캠퍼스, 팹랩서울, (사)씨즈,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이날 문 열었다.
아세아상가 3층에 자리잡은 (사)씨즈는 앞서 5년간 300여개 청년 스타트업을 육성한 전문기관으로 장비교육, 시제품 제작, 기술력 향상, 혁신모델 발굴로 청년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한다.
같은 아세아상가 3층에 입주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기술·제조분야 사회적경제 조직을 전방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창업을 교육하는 서울시립대 시티캠퍼스는 아세아상가 3층과 세운상가 지하실 두 곳에 강의실을 운영하며 도시공학과·건축학부 등 현장중심형 교육과 실습은 물론 상인·시민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한다.
세운상가의 축적된 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지하 보일러실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프로슈머(Prosumer) 육성을 목표로 디지털 제조교육, 제작공방 운영을 진행하는 팹랩서울이 들어선다.
5월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세운~대림상가 보행데크 옆 난간에 ‘세운 메이커스 큐브’라는 창업공간 29곳을 만들어 스타트업이 입주해 창작개발 활동을 할 수 있다.
드론개발실과 스마트의료기개발실 등 제작·창작시설 21곳과 세운전자박물관과 테크스토어 등 전시·체험공간 8곳이 조성되며, 이달 중으로 입주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이들 공간과 외부를 연결하는 세운옥상, 세운보행교, 세운광장 전시관 등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이날 세운상가를 찾은 청년 스타트업과 창작개발자들은 세운상가에서 일어날 변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보였다.
이인규 리디자인 이사는 “30~4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멘토링했지만, 세운상가에 와서 기술은 물론 문화·예술까지 폭넓게 접하며 성장하는 느낌”이라며 “창업자와 기업체의 중간 역할로서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뿌리내리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호 (주)만드로 대표는 “기존의 전자의수가 너무 비싸 장애인들을 위한 값 싼 전자의수를 개발하고자 했을 때 1년 반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세운상가는 부품부터 기술, 시제품 제작, 시장 접근성까지 모두 갖춘 곳”이라고 말했다.
이동엽 (주)아나츠 대표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캐나다와 달리 세운상가에 오면 온갖 부품과 기술·제작까지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세운상가의 장인들을 만난 덕분에 3D프린터를 개발했고 지금도 도시농업 장비 개발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세운상가 지하실에 문 연 팹랩서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