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건물 회사 CI와 파란불이 겹쳐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CJ가 특검 수사로 미뤘던 임원인사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의 속도를 올렸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3)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도 포함, 3세 경영 참여가 본격화됐다.
CJ는 6일 부사장대우 7명, 상무 25명, 상무대우(신규임원) 38명 등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동 폭이 크다.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를 이루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 달성을 위해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를 승진시키는 한편 우수한 경영진을 글로벌에 전진 배치했다”며 “이재현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인재 제일, 젊고 능력 있는 인재 발탁, 철저한 성과주의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4년간 최소한의 인사를 단행해온 CJ는 이번에 신규 임원 규모를 늘렸다. CJ는 2013년 정기인사에서 37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했으나, 이 회장의 구속 등 그룹이 위기상황을 겪으며 2014년 20명, 2015년 13명, 2016년 33명의 신규 임원을 내는 데 그쳤다.
3세인 이경후 팀장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신임 상무대우는 미국 콜럼비아대 석사 졸업 후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사업관리 및 기획 업무를 익힌 뒤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 등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이 상무대우를 비롯해 이선정(39)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H&B사업부장, 윤효정(48)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장, 김철연(46) CJ E&M 미디어 사업전략담당 등 신임 여성임원 4명이 탄생했다.
글로벌사업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윤도선 CJ대한통운 중국본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으며, 서현동 CJ E&M 글로벌 사업담당, 곽규도 CJ푸드빌 중국법인장, 엄주환 CJ오쇼핑SCJ법인장 등이 각각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하는 등 상무 이상 승진자 32명 가운데 12명이 해외지역본부 등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배출됐다.
CJ는 또 그룹 위기상황 해소에 따라 지주사 인력도 대폭 축소해 사업 현장에 배치했다. CJ 관계자는 “지주사 인력 규모를 20%가량 축소했다”면서 “향후 지주사는 핵심 기획기능 위주로 최소화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사에 몸 담았던 임원들도 각 계열사로 전진 배치됐다.
CJ는 2013년 이후 총수 공백 위기를 겪으며 최소한의 신규 임원 위주 인사를 해오다, 지난해 9월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등 CEO급 포함 50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CJ 관계자는 “미뤄왔던 인사 및 조직개편이 이뤄짐으로써 분위기 쇄신을 통해 수년간 정체되어온 그룹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경영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돼 경영복귀가 임박하다는 관측이 높다. 오는 15일 회사 공식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여론 부담 등의 이유로 보류됐다. 검찰 수사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면서 복귀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