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발표)박 대통령, 보톡스·필러에 기 치료도 받았다

특검 "세월호 당일 오전 대통령 행적 확인 안 돼"

입력 : 2017-03-06 오후 4:42:4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치의 또는 자문의 등 공식 의료진이 아닌 비선 의료진의 진료를 청와대에서 받은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확인됐다. 6일 특검팀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김영재 원장은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최소 14회 정도 청와대 관저를 출입하면서 최소 5회에 걸쳐 박 대통령을 상대로 보톡스 등 간단한 미용성형 시술을 했다.
 
특검팀은 대통령 주치의, 의무실장도 모르는 사이에 자문의 또는 자문의 소속 간호가 혼자 관저에 들어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진료하거나 주사제 처치를 하고, 박 대통령의 혈액이 외부로 무단 반출된 사례도 파악했다. 또 이른바 '주사 아줌마'가 6회~7회, '기 치료 아줌마'가 월평균 2회, '운동 치료 왕십리 원장'이 수차례 관저를 출입하는 등 무면허 의료인도 박 대통령에 대해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김영재 원장이 운영하는 김영재의원에서 '최보정'이란 가명으로 총 138회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김 원장과 부인 박채윤씨의 특허 분쟁, 중동 진출 등에 도움을 주려고 했으며, 측근인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를 통해 서창석 대통령 주치의에게 박씨를 소개해 줬다.
 
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12월 최씨 또는 이병석 주치의로부터 김 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던 것으로 판단했으며, 지난해에는 박 대통령과 박씨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개설한 차명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김영재의원과 박씨가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외국 진출과 박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존제이콥스의 화장품을 청와대 선물세트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와 관련한 '세월호 7시간 의혹'은 특검팀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2013년 3월부터 대통령의 피부과 자문의로 활동하면서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필러·보톡스 시술을 했던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의 당시 행적을 조사한 결과 정 교수가 광주에서 열린 대한피부과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차 2014년 4월15일 오후부터 2박3일 동안 머무른 사실을 확인했다.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제기한 당일 차트상 필적과 평소 필적이 다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서 '판정 불가' 판명을 받았다. 또 다른 비선 진료 의혹 관련자인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역시 당일 오전에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에 천안에 있는 골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의 머리손질을 담당하는 정모씨 자매는 당일 오후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와 이 행정관의 문자메시에 의하면 이들은 오후 3시20분쯤 청와대에 들어갔고, 정씨는 평소 40분 정도 걸리는 박 대통령의 머리손질과 화장이 20분~25분에 끝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팀은 그해 4월15일 오후부터 16일 오전 10시까지는 여전히 박 대통령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영재 원장이 미용시술을 한 시기와 정씨 자매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날을 서로 비교할 때 주로 미용시술이 있었던 날이나 그다음 날은 정씨 자매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안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했으나, 실행되지 않아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대통령의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이 1월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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