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마디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이 생각난다. 국내는 물론 주변의 국제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한 개그프로의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라는 말이 생각난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가시화돼 중국관광객이 뜸해지고 중국시장을 보고 있는 한국기업은 눈치만 보고 있다. 관광지와 면세점의 매출도 줄고 있다. 산업전반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에서 불어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산업경쟁도 만만치 않다.
기업의 활동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기업이 잘돼 고용과 가치창출은 지속해야 하는데 말이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일자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새삼 기업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바로 최선의 복지이자 사회안전망 아닌가.
최근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과감한 기업정책으로 자국민의 일자리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도 자리하고 있다. 독일은 7년 전부터 인더스트리 4.0으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추진해왔다. 후진국으로 나갔던 자국기업을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최근 중국에 나가있던 신발공장을 23년 만에 철수했다. 생산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여 높은 생산성과 낮은 원가의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기업차원의 해외기업복귀(Reshoring)가 이루지지만 미국은 다르다. 트럼프는 정치적인 압박으로 자국기업복귀는 물론 외국기업에게도 미국공장을 짓도록 하고 있다. 이미 애플제품을 생산하는 대만기업과 일본·한국 등의 기업들이 트럼프에게 공장건설을 약속했다.
이보다 근원적 문제는 각국의 무인공장화와 유통단계감축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다. 중국 내 폭스콘(Foxconn)은 이미 6만 명을 로봇으로 대체했다. 궁극적 목표는 완전무인공장이다. 월마트 등 유통회사들도 창고관리나 택배를 드론과 로봇으로 대체한다. 자동차제조사들은 자율주행트럭을 준비하고 물류회사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대세는 다양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편익 때문이다. 다만 급진적 기술이나 제품이 사회에 연착륙(soft landing)하는데 사회적 공감대와 시간이 요구된다. 부작용을 방지하거나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고용문제이다. 과거에는 자동화와 같은 수단을 통해 부분적 인력감축이 있어도 다양한 신상품의 출현과 소비증대, 그리고 평균적 소득증가로써 새로운 시장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출산과 고령화, 세계적 장기침체, 자유무역의 위기로 상황이 다르다. 이에 더해 기존의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
이런 때에 새로운 분야의 산업이나 기업창출이 필요한 때이다. 기존시장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절실하다. 그런 산업은 없을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1876년 시작된 전화기의 기능이 실용화된 이후 각 사무실이나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20년 간 무선의 스마트폰은 지구상의 개인마다 손에 쥐는 필수품이 되었다. 2016년 4분기에만도 4억3000만대이상이 팔리는 대규모산업이 되었다. 종업원 9만5000명의 삼성전자는 매출의 절반이상을 스마트폰이 차지하며 한국의 대표산업이 되었다. 중국시장 1위인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힘입어 무려 18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2000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의 고용효과는 직간접적으로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보다 작은 예로 스크린골프는 어떤가. 스크린골프는 기존 골프장이 넘치는 데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골프장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독자시장으로 성장했다. 대표적 업체인 골프존은 창업 15년 만에 4800개 매장과 4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5000만 명이 즐기는 스포츠의 위상을 구축하고 골프인구유입에도 기여한다. 골프용품이나 소프트웨어개발, 설비제조, 부동산임대와 같은 산업유발효과도 크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스마트폰이나 스크린골프와 같은 신산업이 필요하다. 펫 로봇(Pet robot)이나 도우미로봇처럼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 그런 시장도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일자리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도 인력감축이나 노동대체기술보다 새로운 일자리의 시장을 만드는 기업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신기술기업을 고려하자.
이의준 한국키움경제포럼 부회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