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가격논란을 겪었던 신형 크루즈의 출고가를 이례적으로 인하하면서 준준형 세단시장의 지격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신형 크루즈는 한국지엠의 야심작으로 준중형급 이상의 고사양에 가격인하가 보태지면서 현대자동차 아반떼와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말리부 상승세를 바탕으로 세단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쉐보레 '올뉴크루즈'의 가격을 기존 출고가보다 최대 200만원 인하하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신형 크루즈의 가격은 1600만원대(자동변속기 기준)부터 시작한다. 전 트림에 신형 1.4 터보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적용한 올뉴크루즈의 판매 가격은 LS 1690만원, LT 1999만원, LT 디럭스 2151만원, LTZ 2308만원, LTZ 디럭스 2349만원이다. 이는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2000명 이상의 모든 사전계약 고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9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신형 크루즈는 경쟁모델 대비 고사양을 갖췄다.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1.6리터 자연흡기엔진을 탑재한
현대차(005380) 아반떼나
기아차(000270)의 K3 최고출력 132마력 보다 21마력이 높은 수치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다운사이징한 터보엔진으로 인해 연비는 리터당 13.5km로 경쟁모델인 아반떼의 리터당 13.7km보다 떨어진다.
차체는 동급의 준중형 모델 대비 크다.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 25㎜,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는 15㎜ 키워 길이가 4665㎜로 현대차의 아반떼(4570㎜)보다 95㎜ 길다.
첫 출시 때 공개했던 기본형 가격은 1890만원부터 시작해 아반떼와 비해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잘나가는 아반떼(자동변속기 기준 1560만원)보다 300만원 가량 비쌌기 때문이다.
한국GM측은 이번 가격인차 조치에 대해 신형 크루즈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동급 경쟁모델과는 여전히 130만원의 격차가 있지만 원가가 200~300만원 가량 비싼 터보엔진과 R-EPS 탑재 등을 따져보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급인 아반떼의 1.4리터 직분사 터보 모델 가격은 1900만원 대부터 시작하고 1.6 터보엔진을 탑재한 아반떼 스포츠의 경우 신형 크루즈보다 출력은 앞서지만 자동변속기 선택 시 시작 가격이 신형 크루즈보다 500만원 정도 비싸다.
한국지엠은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무결점' 원칙에 따라 차량 품질 재점검으로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신형 크루즈는 에어백 관련 부품문제가 발견돼 초기 품질 문제를 겪었다. 이에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에 대해 모든 품질 분야의 전면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신형 크루즈 출고가 연기되면서 지난 2월 국산차 5개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량이 뒷걸음질 치기도 했으나 한국지엠은 100% 품질 확보를 위해 점검을 이어갔다.
한국지엠이 올해 내수판매 19만4000대를 목표로 내걸었고 크루즈는 한국지엠의 핵심 볼륨 모델인 만큼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약점으로 꼽혔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고객 진입 장벽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올뉴크루즈는 차체 크기와 성능, 안전성 등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과 함께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과감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다"며 "전례 없는 공격적 가격 설정으로 보다 많은 고객이 크루즈의 진가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쉐모레 '올뉴크루즈'. 사진/한국지엠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