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의결권 전문위 위원별로 상세한 대응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22일 열린 문 전 이사장의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남권 당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문 전 이사장이 삼성합병은 100%슈어(sure·확실히)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를 위원별로 상세한 대응방안과 성향을 분석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조 전 국장은 문 전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위원을 추천한 단체 등을 통해 사전 의향을 파악한 뒤 대응안을 마련하고,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는 위원이 다섯 명이 되지 않을 경우 투자위 결정을 유도하라는 등 세밀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의결권 행사 전담 TF'를 만들어 합병 결과 예측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도 했으나, 문 전 이사장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꿔 실제 운영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국장은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문 전 장관의 지시를 전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홍 본부장에게 '합병 건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는 것이 장관님의 의중이다. 찬성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했나"라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삼척동자도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주의시키는 취지로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고 밝혔다.
문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합병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