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규제로 중국 사업 철수 위기에 내몰린 롯데가 '동남아 시장'을 위기 극복의 전초기지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의에 빠진 임원진을 독려하며 '무한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의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길 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그룹
23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023530)의 해외 할인점 가운데 인도네시아·베트남 매출은 1조3770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추월했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1조1290억 원에 그쳤다.
2016년을 기점으로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베트남 할인점 매출은 중국 할인점 매출을 추월했고 앞으로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 할인점 매출은 2014년 1조3460억 원에서 계속해서 하락한 반면 인도네시아·베트남 매출은 2014년 1조1710억 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성장했다. 중국보다 사업 진출이 늦었던 동남아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모두 한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곧바로 제품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인 롯데이지만 사드 영향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거센데다 보복성 조치로 할인점의 90%가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된 현 시점에서, 롯데쇼핑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가 중국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 입장에서도 중국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신시장 개척으로 안정적인 미래 성장 전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무한긍정'의 메시지로 중국 사업 피해에 따른 임원들의 동요를 막은 것도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은 그룹 핵심 임원진 회의에서 중국 사업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것에 대해 "이번 기회로 오히려 13억 중국인들에게 롯데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니 긍정적으로 보자"고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이미 수년간 적자상태였던 중국 사업의 손실에 '일희일비' 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 사업 철수는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이미 가능성을 엿본 동남아 시장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중국사업의 점진적 축소와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한 롯데 글로벌 사업 투자의 재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