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인 봄이 찾아오는 모양새다.
설레는 봄이지만, 유독 피곤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평소보다 기운이 없고 몸도 축 늘어지며 쏟아지는 졸음을 억제하지 못한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증상들이 더 심해져 꾸벅꾸벅 조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춘곤증이라고 불리는 이런 증상은 겨울 동안 위축돼 있던 신진대사가 봄을 맞아 활발해지며 생기는 현상으로 보통 1~3주 정도면 회복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상이 단순히 춘곤증이 아닐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춘곤증으로 생각하기 전, 먼저 스스로가 밤에 푹 자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밀려온다면 춘곤증이 아닌 '기면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면증은 하루에 7~8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이다. 단순히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닌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에 장애가 발생,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하이포크레틴의 양이 저하돼 나타나는 수면 장애다.
주요 증상은 낮 동안 심한 졸음이다. 이와 함께 잠꼬대, 가위눌림, 입면기 환각, 흥분 시 온 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심한 졸음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졸음이 자주 쏟아지지만, 깊이 잠들지 못하므로 환각과 착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기면증 치료 시 선행돼야 할 것은 졸음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1박 2일에 걸쳐 야간 수면 질 평가를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고, 낮 시간 졸음 평가를 위한 입면기 반복검사를 통해 증상의 정도를 파악한 뒤 치료를 진행한다.
기면증 치료는 중추신경자극제나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뇌 속에서 도파민, 세로토닌 등 여러 각성물질 분비를 유도해 뇌가 깨어있음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청소년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인지기능을 유지하면서 각성효과를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기면증을 방치하면 집중력 감소와 기억력 감소 등 신경정신적 문제와 함께 추가적인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푹 잔 것 같은데도 낮에 졸음이 온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보고 수면 전문의를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