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가짜뉴스, 나라를 흔든다

입력 : 2017-04-13 오전 10:32:17
나치의 선전·선동을 담당했던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증거와 문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박하려고 할 때 이미 사람들은 선동되어 있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괴벨스의 어록 속에는 선동과 거짓으로 점철된 가짜뉴스의 무서움이 가장 잘 함축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도 괴벨스의 선동에 넘어간 독일 국민은 나치독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전범국가로서 독일 역사상 가장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최근 5월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이 부쩍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는 그럴듯한 기사형식을 갖추고 흔히 ‘단톡방’으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대중들에게 퍼지면서 그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일례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가짜뉴스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퍼트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또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을 망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중국의 특정 고위인사가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특히 해당 가짜뉴스는 김정은의 망명국가로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며, 대선 이전인 4월 말까지 김정은이 망명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어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가짜뉴스는 일반적으로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 또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갖추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가짜뉴스는 소위 ‘아니면 말고’식의 지라시(사설정보지)와는 달리 권위와 신뢰성을 담보한 언론의 기사 형태를 차용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 기사로 오인하게 만든다.
 
현재 가짜뉴스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로 비화됐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한국처럼 가짜뉴스가 주로 메신저나 SNS 내에서 기사 형태로 뿌려지는 수준이 아닌, 처음부터 가짜뉴스들이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수백개의 허위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대량으로 쏟아졌다. 여기서 생산된 가짜뉴스들은 SNS의 공유하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대중에게 퍼지면서 미국 대선의 큰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중국의 경우에도 사드 배치 이슈로 반한 감정이 높아진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의 가짜 인터뷰 소동 등 혐한 내용으로 가득찬 가짜뉴스가 판치면서 한·중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인종 차별을 선동하는 증오글이나 가짜뉴스를 방치한 SNS 기업에 대해 최대 50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 배경에는 극우세력이 가짜뉴스를 통해 인종 차별을 선동하며 정치세력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독일정부의 고육지책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도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통신망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짜뉴스의 유통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발견 후에도 이를 방치할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가짜뉴스 청소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국회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가 극심히 충돌하거나, 계층적 갈등이 심각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리고 가짜뉴스는 이러한 갈등과 반목,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나 때론 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중을 농락하는 반사회적 속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갈등과 이념의 대립이 극대화되는 선거철에는 가짜뉴스에 의해 민의가 왜곡되고 유권자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짜뉴스는 국가의 대계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가 된다. 따라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거짓정보의 폐해라는 관점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선거의 민의를 왜곡시키는 공공의 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해악을 감안할 때 좀 더 엄중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에 의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처가 되는 인터넷 포털이나 SNS의 경우 법적 규제와는 별도로 업계 스스로 가짜뉴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각종 매뉴얼과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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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