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윤식당'과 '내집이다'는 무죄

입력 : 2017-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한 때 ‘드라마의 법칙’이라는 얘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야밤에도 택시가 마치 콜택시 부른 것처럼 바로 온다. 여자 주인공은 잘 때도 풀 메이크업을 유지한 채 잠을 자며, 아무리 가난해도 옷만은 유명 브랜드 옷을 챙겨 입는다. 대략 이런 류의 우스갯소리지만, 극 전개와 감정선이 중요한 드라마와 그 외에도 끼어들 것이 많은 현실의 차이에서 나온 얘길테다.
  
최근 즐겨보는 ‘윤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불고기를 비롯한 한식의 매력과 맛 본 외국인들의 반응, 프로그램 속 자연스럽게 비친 휴양지 절경도 재미있지만 핵심은 자영업 도전기다. 얼마 전 종영한 ‘내 집이 나타났다’라는 프로그램 역시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편부모가정, 다문화 가정 등 어려운 형편 속에서 누추한 집에 살아야 했던 저마다의 사연을 보자면 새 집 마련 성금이라도 건네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TV는 너무 쉽다. 제작진이 기본 틀을 짜고, 전문가들이 컨설팅하며, 관공서도 앞장서서 촬영을 돕는다. 윤식당의 그들은 하루 매상이 떨어지고, 가게가 헐리는 좌절을 할 지언정 이로 인해 빚더미에 나앉지 않는다. 내 집이 나타났다 또한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설계를 다시 하고, 공사로 민원이 발생해도 마지막은 늘 해피엔딩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유명 셰프가 레시피를 짜주지도, 가게가 헐렸다고 제작진과 관공서가 나서서 대체 장소까지 알아봐주지도 않는다. 다행히 성실성과 가게 위치, 트렌드 등이 잘 맞아 장사라도 잘 되려고하면 어김없이 임대료가 올라 “잘 될 때 치고 빠지는게 장땡”이라는 말까지 나돌 지경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를 가더라도 때때로 물품 구매를 강요 당하거나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꿔야 하며, 바로 옆 골목에 다른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임대료가 오를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도, 치고 빠질 만큼 영리하지도 못해 수억원의 권리금 주고 인테리어 갖춰 시작한 가게는 결국 통장에 동그라미 가득 빚만 안겨줄 뿐이다.
 
운 좋게 작은 땅이라도 있어 방송처럼 신축, 개축, 대수선이라도 하려면 왜 그리 관공서 허가절차는 깐깐한지 발목 잡히기 일쑤다. 인근 땅 주인이나 주민 등이 민원이라도 제기하면 공사는 멈추기 십상이고 심한 경우 완공된 건물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방송처럼 따뜻한 눈빛으로 세심한 곳 하나까지 신경쓰는 설계사, 현장소장 같은 사람이 왜 이리도 우리 주위엔 찾기 힘들까. 소위 ’눈탱이’라는 금액 부풀리기, 혹은 부실 자재 사용 등을 피하려면 의뢰인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지 않는 이상 밥 한 끼, 커피 한 잔 아껴가며 모은 돈은 금세 없어진다.
 
예능 프로그램이 무슨 죄일까. 사람들의 로망인 창업·건축이라는 아이템을 예능에 맞게 풀어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잠시나마 웃고 감동할 수 있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프로그램이 끝난 후 다시 삶으로 돌아왔을 때 현실은 마냥 웃기엔 너무 각박하고 너무 메마르다.
죄가 있다면 현실이 죄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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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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