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안랩 미국법인(Ahnlab USA)은 현지 진출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2014년 중순 이후로는 현지 임직원 채용도 없고 활발한 영업활동도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한 것도 의문이다.
의문투성이 법인 운영
사외이사들의 입장 변화로 안랩은 2013년 5월1일 숙원이었던 미국법인 설립에 나선다. 주소지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다. 미국 IT산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으로,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의 집결지다.
안랩 미국법인은 산타클라라를 중심으로 진출 초기 비교적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지 임직원도 영입한다. 하지만 2014년 중후반 이후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2014년 초 현지 직원들의 이탈도 계속된다. 온라인 경력사이트 링크드인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안랩 미국법인의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진출 초기인 2012년 말 채용돼 2014년 초반 그만둔다. 가장 오래 일한 직원이 2012년 1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8개월을 근무한 마케팅 담당 임원이다. 2012년 말에 입사해 4개월 정도만 일하고 그만둔 직원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포스터시티에 위치한 안랩 미국법인의 두번째 사무실 건물. 사진/구글지도
안랩 미국법인은 2015년 4월 주소를 이전한다.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샌머테이오 인근 포스터시티로 옮긴다. 산타클라라와 샌머테이오는 모두 스탠포드대학을 기준으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딸 설희씨는 스탠포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안랩과 비슷한 시기 미국에 진출했던 한 IT업체 관계자는 "당시 안랩 정도의 회사가 미국에 진출하다고 해서 현지 한인사회나 주변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하지만 안랩 미국법인이 생각보다 영업을 활발히 하지 않아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 개척 이외의 공개된 구체적인 미국법인 영업활동 내역도 없다.
안랩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안랩 미국법인은 2013년 설립 첫해 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초기 투자금(15억6000만원)보다 많은 액수로, 같은 해 안랩 영업이익(39억원)의 44%에 육박하는 대규모 손실이다. 안랩은 그해 미국법인에 15억6000만원을 추가 투입한다. 2014년에도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자 미국법인 철수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랩은 당시 미국법인 손실에 대해 '초기 투자비용'이라면서 사업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안랩 미국법인의 적자 규모는 샌머테이오로 이전한 2015년 22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1500만원 손실에 불과했다. 안랩은 초기 투자 비용으로 30억원 가까운 비용을 사용하고도 지난해 5월 돌연 미국법인 철수를 결정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재편하기 위함"이 안랩이 내세운 철수의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2013년 당시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손실에도 법인을 유지했던 안랩이 15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지난해 왜 갑자기 미국법인을 철수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관련 인사들의 '침묵'…의혹만 증폭
안랩 미국법인 관련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많지만 안랩과 안랩의 미국 진출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다. 안랩의 사외이사 3명과 첫 미국 진출 당시의 대표이사, 안랩 미국법인의 실무진 등은 거듭되는 취재 요청에도 모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안랩의 한 팀장급 직원만 “안랩 미국법인은 모두 임원들이 하신 일이라 실무진이 할 말은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특히 안랩의 대외 소통창구인 커뮤니케이션실 직원들조차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지난 18일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안랩에 대한 허위사실이 '가짜뉴스'나 악성루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법적 대응 등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안랩이 지목한 가짜뉴스나 악성루머에 안랩 미국법인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트노밸리에 위치한 안랩 본사 전경. 사진/안랩 홈페이지
안랩 미국 진출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은 2012년 당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를 후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안랩 대표였던 김모씨와 상무였던 성모씨는 각각 법적으로 허용된 연간 정치후원금 최고액인 1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안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 전무도 500만원을 후원했다. 특히 성모씨는 지난 2월 안랩을 떠나 안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2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딸 설희씨에 대한 재정 지원설과 관련해 "네거티브 공세인 것 국민들이 다 안다"라며 "제 딸 안설희는 학교에서 학비를 전액 보조받고 기숙사에서 산다. 연봉은 4만달러 정도를 받는다. 그걸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일축한 바 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