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엘시티 사건 성역 없이 수사해야

입력 : 2017-04-21 오전 6:00:00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은 퇴진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히 수사할 것을 지시하고 담화까지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많은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잇는 '제2의 권력형 게이트'로 주목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있는 동안 많은 증거가 인멸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수사는 엘시티 사업과 관련 인허가 특혜, 금융권 특혜 대출, 엘시티 투자이민지구 지정 등 각종 의혹에 밝혀내지 못한 '반쪽짜리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다.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7일 "지난해 7월부터 엘시티 사업 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시민단체는 '부실 수사'라며 검찰을 강력히 질타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책임준공 조건 포스코건설 시공사 선정, 부산은행의 엘시티 시행사 대출 등 핵심 의혹이 철저하게 규명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에서 정관계가 전방위적으로 연루돼 일어난 사건을 부산지검에 맞긴 것부터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맞긴 것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야당의 한 의원은 "엘시티 비리 사건이 허남식 부산시장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과 검찰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애당초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50m 떨어진 곳에 101층 주상복합단지로 조성되는 엘시티는 사업 인허가부터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인허가 특혜,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상식선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당시 해당 여야 정치인과 전현직 검찰 간부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적폐 척결과 엘시티 부패 척결은 같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들은 검찰을 불신하고 정치검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이 “죽을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만 봐도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루돼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엘시티 금품비리 사건과 관련, 4억3000여만원대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정식 재판을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회장이 술값을 대납한 고급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도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하고 있을 때였다. 이 회장이 현 전 수석 등 유력인사들을 접대한 서울 강남 소재 고급주점의 여주인 A씨가 지난 17일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서 증언한 내용이다. 또 현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검찰 수사 책임자를 만났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후 현 전 수석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김한수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직접 만나고 나서 "내사 결과 아무것도 없다더라. 사업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이 회장은 진술했다.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는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은 오는 5월9일 대선 이후 만들어질 '특검'이 새로운 진상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검찰의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일부 부패한 제식구 감싸기를 위해 검찰 전체의 명예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은 부산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각 종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질타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특검 도입에 4당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줄 수 있도록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기 바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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