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삼성전자의 효자 종목이 모바일에서 반도체로 바뀌었다. 1분기 반도체 부문은 사상 첫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반면 모바일 부문은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대작이 사라지면서 조연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모바일 부진을 반도체가 상쇄하는 포트폴리오의 힘이지만,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과제 해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아 보인다. 반도체의 강세가 2분기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상반기 최대 기대작 갤럭시S8도 출격했다. 시장에서는 2013년 3분기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의 경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삼성전자는 27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확정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48.27%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6.29% 증가한 7조684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10조원 시대' 재개의 희망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1분기 반도체 부문은 매출 15조6600억원, 영업이익 6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63.9%)을 반도체 홀로 책임졌다.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메모리 D램 가격이 상승 전환,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수혜주로 떠올랐다. 낸드플래시도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올 들어 석 달 연속 9%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강세 속에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데이터센터 D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다"며 "낸드도 4TB 이상 서버 고용량 SSD와 64GB 이상 모바일 수요가 늘고, 48단 V낸드 공급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그간의 부진을 털고 힘이 됐다. 매출액 7조29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1분기 적자(-2700억원)를 말끔히 털어냈다. 모바일향 플렉서블 OLED의 판매 증가와 UHD 및 대형 LCD의 비중 증가로 전분기에 이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를 선두로 디스플레이까지 부품의 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간판이었던 IM(무선사업) 부문은 매출 23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7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8%, 영업이익은 46.7% 감소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시장을 이끌 프리미엄 폰이 자취를 감추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갤럭시A 신모델 출시 등 중저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구형폰으로 전락한 갤럭시S7 시리즈의 힘이 달리면서 실적이 크게 가라앉았다. 또 갤럭시S8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기수요가 늘어난 것도 1분기 실적에는 부담이 됐다.
전통적 간판이었던 CE(가전) 부문도 주춤했다. 매출액 10조34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4% 급감했다. 퀀텀닷TV와 커브드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매출은 늘었으나, 패널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수익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생활가전은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애드워시' 세탁기 등이 선전했지만, 북미 B2B 시장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2분기 전망은 매우 밝다. 반도체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갤럭시S8의 출격으로 모바일도 과거 위상을 되찾을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 10조원 안착은 물론, 12~13조원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시장조사업체 등은 갤럭시S8의 올해 누적 판매량을 5000만~600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의 견조한 시황 지속과 OLED 공급 증가 등 부품사업 중심으로 전년 대비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세트 사업은 플래그십 제품 판매 확대 등 제품 리더십 강화로 수익성 유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