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보고서를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보고서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보)는 28일 증거위조, 수뢰후부정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2011년 옥시의 의뢰로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와 관련해 연구책임자로 실험 데이터를 빠뜨리거나 결론을 부당하게 도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로부터 받은 자문료 1200만원에 대해서도 "실제 자문 용역을 수행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옥시 측이 당면했던 여러 현안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 교수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용역과 무관한 물품대금 5600만원을 가로챈 사기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연구실 기자재 등에 사용했다 하더라도 불법 영득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1심은 "조 교수는 독성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는데도 연구 업무 수행과 관련해 뇌물을 받고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갔다"며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서도 "옥시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원인 파악의 장애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이 가습기살균제참사 해결 대선공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