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명량',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에 출현한 국민배우 최민식이 리니지 게임 광고를 한다. 리니지는 우리나라 대표 온라인 게임 중 하나로 지난 1998년 출시돼 20년 가까이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리니지 광고에서 최민식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영화에서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최민식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을 얼마일까?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성인은 월 50만 원으로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 사용자가 월 50만 원 이상 게임 아이템 구매를 할 경우, 다음 달이 돼야 원하는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온라인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4년 결제한도를 청소년 월 7만 원, 성인은 월 30만원으로 제한한 결과다. 2009년에 성인 월 한도액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게임 사용자들의 80%가 10대, 20대이었기에 정부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일괄적인 온정주의적 규제를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스마트폰이 많이 사용되면서 모바일 게임은 거의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즐기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성인 결제한도가 없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의 강자 넷마블이 엄청난 금액의 공모총액으로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과연 모바일게임에도 성인 결제한도가 있다면 넷마블은 이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는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장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 사용자가 다양화되고 게임 유통이 글로벌 시장 규모로 확장되면서 결제문제는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경우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게임회사들을 역차별하게 된 상황이다. 이미 동영상 유통 분야에서 국내 유통회사들이 강한 규제로 위축된 후 동영상 유통 대부분이 유투브를 통해 이뤄지는 상황이 초래됐는데 온라인 게임에서도 똑같이 일어날까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게임 경쟁력은 크게 약해졌다. PC방 게임 점유율은 외국 게임사가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가 각각 1·2위로, 두 게임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게임개발자들 또한 이 규제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해야 할 상황에서 국내 결제한도에 맞는 게임기획 및 개발을 맞춰야 하며 운영과정에서도 사용자 사용금액을 추적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떤 나라에서도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를 정한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 비디오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는 이런 결제 한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의 폭발적 성장에 대응하려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하지 않고 시행된 규제가 게임 산업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인 월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총액 규제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구현이 용이할 수 있어도 시장이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규제라는 관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행정규제의 원론적인 측면에서도 경제적 규제는 지양하고 사회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 규제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게임이라 하면 80~90년대 오락실을 연상하고 학생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은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콘텐츠 분야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지식재산(IP)와 브랜드를 발전시켜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다. 그리고 게임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최첨단 기술의 총아이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의 시대에 정부가 나서서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를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결제 한도에 대한 규제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소비자가 본인의 결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민원 문제를 처리할 기구도 설립해야 한다. 이런 자율규제 활동들을 통해 규제 철폐의 부작용을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