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A씨는 열 살 무렵이었던 1970년대 중반 B씨에게 불법 입양된 뒤 노예처럼 살았다. 밭일과 집안일을 도맡았던 것은 물론이고 나무 몽둥이에 맞아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도망치지 못했다. 지능지수가 60에도 못 미치고 사회적 연령이 7세에 불과해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죽으나 사나 B씨 곁에 붙어 있는 수밖에 없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은 물론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병원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40여년 동안을 짐승처럼 살았다. 우여곡절 끝에 수사당국의 도움으로 B씨로부터 벗어난 뒤 합의금으로 3200만원을 받았지만 재산을 혼자 관리할 수도 없었다. 이런 A씨에게 손을 내민 곳은 검찰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조를 통해 성본을 창설한 뒤 주민등록을 해줬다. 이후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의료비와 생계비 등 360만원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담당 검사는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대신 청구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다. A씨가 강제입양된 뒤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검찰이 지난 2년간 형사 피해자들에게 총 294억여원을 지원하는 등 범죄피해자 인권 보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7일 ‘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 시행, 2년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년간 범죄피해자와 유족 679명에게 구조금 221억1800만원을 지원했다. 범죄피해자 2117명에게는 치료비·생계비·학자금 등으로 68억1400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했다.
형사절차에 대한 정보 제공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검찰은 2015년 4월 범죄피해자에게 권리 및 지원제도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미란다 원칙'을 시행한 이후 지난 3월까지 68만8820건의 형사절차 관련 정보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했다. 이 중 사건처분결과, 재판결과 등 정보제공이 67만2751건을 차지했다. 석방 일자 등 가해자의 형집행상황 정보는 모두 1만7069건이 제공됐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금 등 경제적 지원은 생명 또는 신체를 해하는 고의의 범죄로 인해 사망·장해·전치 2개월 이상의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 국가에 구조금을 신청하면 가능하다. 생명·신체를 해하는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범죄피해자에게는, 치료비·생계비·학자금·장례비를 지원하는 경제적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치료비의 경우 의료실비를 최대 5000만원, 생계비의 경우 1인 기준 최대 150만원, 장례비의 경우 최대 300만원, 학자금은 최대 100만원 까지 2회 지원한다.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와 유족은 검찰청 피해자지원실, 검사실, 민원실에 신청·경찰 및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추천을 통하여 심의 절차 이후 구조금·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범죄피해자 권리 및 지원 제도를 적극 안내하고 그 보호·지원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한 전국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전담 검사와 수사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