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에 학자 발탁…검찰개혁 시동

조국 수석, 개혁성향 강한 법학교수

입력 : 2017-05-11 오후 6:48:5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비검찰 출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며 '민정수석은 곧 검찰 출신'이란 불문율을 깼다. 이번 인선은 앞으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학자 출신' 조 신임수석 임명은 앞서 '검사 출신'만을 민정수석에 발탁한 이전 박근혜·이명박 정부와 판이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 자리에 앉은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 전 수석은 전부 검찰에 몸담은 경력을 가지고 있고 이 전 대통령이 뽑은 이종찬, 정동기, 권재진, 정진영 전 수석도 모두 검사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었다.
 
1999년 민정수석실을 다시 신설한 김대중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대 민정수석에 '목사 출신' 김성재 전 수석을 임명했을 뿐 그 뒤 모두 검사장을 지낸 검찰 인사인 신광옥, 김학재, 이재신 전 수석이 자리를 잡았다. 다만 검찰과 민정수석 간 분리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는 1·3대 수석에 '변호사 출신' 문 대통령을 임명한 것을 비롯해 '비검찰'이었던 전해철, 이호철 전 수석을 기용했다. 검사 출신은 2대 수석이었던 박정규 전 수석이 유일했다. 김대중 정부부터 지난 박근혜 정부까지 민정수석에 오른 18명 중 14명이 검찰 출신으로 전체 78%를 차지했다.
 
그간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위에서 검찰을 주무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통령과 검찰 사이에서 임무를 조율하기보다는 '식구'였던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검찰을 사조직화한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검찰도 청와대 눈치를 보며 독립된 수사를 하지 못하는 '정치검찰' 벽을 넘지 못했다. 민정수석과 검찰의 '결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으로 정점을 찍었다. 검찰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민정수석과 좀처럼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검찰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의 이번 조 수석 임명은 이러한 국민적 염원에 부응하듯 검찰의 독립성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서울대 법학 학사·석사·박사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 석사·박사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교수로 일한 법학자다. 기수를 중요시하는 검찰과 연이 없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강남 좌파'로 불리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공직 경험은 부족한 편이다.
 
조 수석은 이날 취임 일성부터 검찰에 어디까지 수사 지휘를 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민정수석은 검찰에 수사 지휘하면 안 된다"라고 잘라 말하며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존중하면서도 "그간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엄정하게 사용해왔는지는 국민적 의문이 있다"며 강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관련해 내부 반발이 큰 것에 대해서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검찰을 죽이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 임명에 대해 법조계는 문 대통령이 확실한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 개혁을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 평소 소신에 맞는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현재 검찰 개혁은 검찰 출신으로 이룰 수 없다"며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검찰을 잘 아는 조 수석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안다. 잘할 것이다. 이번 인선으로 정권 교체가 된 것이 실감 난다"고 바라봤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의미가 있다. 검찰을 대통령 권력을 위한 기관화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라며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앞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노영희 변호사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대통령 의지의 표현"이라면서도 "외부에서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은 가능했겠지만, 실무진으로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과 일하는 부분은 또 다른 문제다. 그간 조 수석의 생각 등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신선하다. 꼭 검찰 출신이어야 민정수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민정수석이란 자리가 인사 검증이 가장 중요한데 조 수석은 재야 활동이 많고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 무조건 공직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좌를 많이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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