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통신비 인하를 통해 가계 부담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통신료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정권 초기마다 되풀이돼 왔지만 이번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이동통신업계의 긴장감도 남다르다.
참여연대는 18일 이통 3사가 요금제 담합과 시장의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통신사들이 매우 유사한 요금제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고 수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기본료는 폐지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 간사는 “그동안 통신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었다”며 “기본료 폐지, 데이터 기본제공 확대, 선택 약정 할인율 인상,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등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2011년 4월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공정위에 이통 3사를 제소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13년 1월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다는 증거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공정위 제소 시점도 의미 심장하다. 전날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되자마자 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요금제 담합 논란은 이미 오래 전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사항”이라면서도 “공정위원장 교체로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실질적 검토에 착수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업계와 시민단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미래부는 단계적 인하를 유력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 장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통신정책에 대한 준비를 해놓자는 분위기“라며 ”기본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가격별 혹은 통신 세대별로 내리는 등의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기본료 1만1000원을 한 번에 내리지 않고 ‘2000원→5000원→7000원’ 등 단계별로 인하폭을 확대하거나, 2G와 3G 기본료를 내린 이후 4세대인 롱텀에볼루션(LTE)까지 인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공의 적’이 된 이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의 통신 요금이 서로 비슷한 이유는 상품 설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담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기본료를 낮추지 않아도 선택형 약정 가입 증가로 가계통신비가 하락 추세라고 항변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6.2% 줄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를 국민 상대로 폭리나 취하는 나쁜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새 정부가 통신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조그만 비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며 “5G 등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