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정부 이양 과도기를 틈타 보조금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부처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규제 공백 속에, 이달 초 황금연휴와
SK텔레콤(017670)의 전산개편 기간을 노리고 불법 보조금이 대량 살포됐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됐으며 현재 고삼석 위원의 대행체제다.
시민들이 서울 용산의 휴대폰 판매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들은 각 판매점에 상한선을 넘어선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가입자 확보 쟁탈전을 벌였다. 이달 초 황금연휴에 이어 지난 12일부터 15일 정오까지 이어진 SK텔레콤의 전산개편 기간에는 출고가 93만5000원의 갤럭시S8(64GB)이 18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특정 이통사가 먼저 상한선을 넘어선 보조금을 살포하자 나머지 이통사들도 맞대응하면서 이른바 대란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SK텔레콤의 전산개편이 마무리된 15일의 번호이동 수치는 2만6528건을 기록했으며 16일도 2만건에 육박하며 여파가 이어졌다. 황금연휴가 이어진 이달 첫째주의 일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9539건을 기록했으며, SK텔레콤의 전산개편 직후인 셋째주에도 1만8645건으로 2만건에 육박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무색케 할 만큼 보조금 경쟁이 가열되자 판매점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통사들에게 시장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일선 유통망에 치고 빠지기 식으로 판매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 왜곡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번호이동 수치를 보면 과거에 비해 대단히 과열된 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통사들은 새 정부 통신정책 방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본료 폐지를 중심으로 한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과 함께 지원금상한금 조기 폐지, 분리공시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이통사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통사와 제조사,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위 등에게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며 입법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단통법 불만이 높았던 소비자들은 지원금상한제 폐지를 통한 가격경쟁 활성화를 요구하며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단 6월 임시국회가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이미 국회에 해당 법안들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약과 국민 여론도 있어 조심스러운 시기"라며 "국정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