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한다. 모바일·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급증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조업의 지속되는 해외투자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과거에는 기업소득이 국내투자로 연결돼 고용과 가계소득 증대로 선순환됐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이 국내투자를 기피하면서 이른바 '낙수효과'도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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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준공된 중국 시안의 1라인에 이어 2라인을 건설코자 중국 지방정부와 최종 협의 중이다. 2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중국 지방정부와 막바지 협의 중"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중국 시안공장 2기 투자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2014년 8조원가량 투자해 지은 시안 1라인은 월 12만장의 3D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이다. 이번에 착공 예정인 2라인에는 10조원가량 투자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19년 이후 월 10만장 안팎의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예정이다. 2라인이 가동되면 시안공장은 현재 20만장을 생산하는 국내 평택공장과 함께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생산의 양대 축을 이룰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서둘러 3D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 것은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PC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월 25만장 수준이었던 전세계 3D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올 들어 월 66만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변화에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37.1%로 업계 1위를 지킨 삼성전자도 이번 공장 증설로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 제조업의 잇단 해외 발길에 국내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는 중국, 모바일과 가전은 베트남'이라는 투 트랙 생산거점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2014년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광주 가전공장 냉장고 라인 하나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베트남에는 2011년 세워진 휴대폰 공장이 있다. 여기에 올 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압박에 미국 현지에도 가전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집중되면서 고용 및 내수 진작 등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인건비, 규제 등 경영 여건을 이유로 국내보다 해외로 투자를 집중하면서 예전의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제조업이 해외 현지공장의 10%만 국내로 유턴시켜도 약 2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자리'를 최대 국정과제로 삼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