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정농단 수사에 다소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에 대한 보강조사 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번주 정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3일 정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보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그리고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2일 정씨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는 청담고 재학 당시 허위 서류를 이용해 출석과 봉사활동을 인정받는 등 학사 관리에서 특혜를 받고,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부정하게 입학한 후 학점을 받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중 이화여대 학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주요 피의자가 구속기소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실형을 구형받았으며, 오는 23일 한꺼번에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8분쯤 인천으로 도착하는 기내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정씨의 체포 시한 만료가 48시간이었던 만큼 구속영장에는 학사 비리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추가로 진행될 검찰 조사는 삼성의 특혜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받기로 한 후 승마 전지훈련 관련 용역대금, 정씨를 위한 선수용 차량 구매대금, 마장마술용 말 구매대금과 보험료 등 77억9735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말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함께 정씨는 신용보증장으로 대출을 받아 독일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등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정씨는 대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15년 12월 최씨의 예금과 임야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신용보증장을 발급받은 후 하나은행 독일법인으로부터 연 0.98%의 금리로 38만5000유로를 대출받았다. 최씨의 예금으로 송금할 수 있는데도 대출을 받은 것이 자금 세탁이란 지적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