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문재인 정부의 출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계기로 법적 ‘근로자’의 개념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제한된 근로자의 개념으로는 모든 ‘실질적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근로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개념이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 다시 말하면 사용자에 종속된 노동자를 의미한다. 경제적 종속성에 더해 노동의 시간·장소·내용에 있어서 사용자의 지휘·명령이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파견보호자 보호 등에 관한 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법으로 통칭되는 대부분의 법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기준을 따른다. 당연히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한다. 대표적인 예가 택배 기사로 대표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애플리케이션(앱)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다.
그나마 보험 모집인을 비롯한 9개 직종의 특고노동자는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지만 그 방식은 근로자 인정이 아닌 특례 신설이고, 2015년 5월 기준 가입률도 10.5%(2016년 9월 한국노동연구원 ‘일자리 형태의 다양화 추세와 산재보험’ 보고서)에 불과하다. 이 보고서에서 노동연은 “고용형태의 다변화 등을 고려할 때 종속 근로자만 노동·사회보장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성 불인정은 고용안정망 부재로 이어진다. 법적 근로자라면 비자발적 사유로 일자리를 잃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업무상 재해로 일을 못 하게 되면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특고노동자는 소득이 단절된다. 여성은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보성보호제도를 활용할 수 없어 임신·출산과 함께 경제활동이 중단된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기준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수준에 맞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근로기준법보다 폭넓은 대상을 포함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특고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보험법, 산재법 등에 특례를 신설한다고 해서 특고가 근로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노동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 정부도 근로자 개념 확대를 논의 중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진 못 했으나 국정기획위 내에서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 사회보험법의 특례조항 신설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 및 참석자들이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