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통신장비 업계가 이동통신사의 투자가 위축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새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 관철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료 폐지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미래부에 통신료 인하 방안을 오는 9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2G·3G 가입자들의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할 경우 이통3사 합계 1조원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통사들은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사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들이 네트워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이통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무선통신 장비 업계다. 이들은 이통사에 LTE 중계기와 기지국 장비, 와이파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피코·팸코 등의 소형 기지국 장비 등을 공급한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8일 "이통사들이 5G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무선 장비에 대한 투자가 점차 늘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더 줄어들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기본료 폐지 관련)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 장비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무선 기반 서비스가 많다보니 (5G 투자에 대해)무선보다 유선 장비 쪽의 영향은 덜한 편"이라면서도 "주 고객사의 매출과 관련된 부분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이통사의 기본료 폐지에 대해 더 민감하다. 기존 이통사와의 가격경쟁력이 최대 강점으로, 이통사의 2G·3G 기본료가 폐지되면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중 2G와 3G를 합한 비중은 약 76%에 달한다. 정부는 2G와 3G 가입자들의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해 사회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알뜰폰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지난해 기준 약 1만5000원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기본료 폐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도 대표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라며 "알뜰폰과 이통사의 2G·3G 서비스가 충돌하지 않으면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