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8일 열린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홍 전 본부장은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문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국민연금기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큰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의 개별 의결권 행사 사안에 개입해 그 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서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흑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해 문 전 이사장이 주식 의결권 행사 기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경솔하게 판단한 잘못을 자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 공무원들이 기금운용본부 의사결정에 여러 차례 개입하며 지시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측면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은 장래 기대되는 재산상 이익을 상실하고, 반대로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는 이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액을 산정할 수 없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가 아닌 업무상 배임죄로 보고,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홍 전 본부장의 행위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캐스팅보트를 상실하고 보유주식의 가치가 감소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가 삼성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안건을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 10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두 사람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민 쌈짓돈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고 국정농단에 조력한 아주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에게는 "합병이 이뤄지면 공단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했고, 그 결과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범행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